우리가 세상살이를 하는 것은 공동사회라는 하나의 계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동물은 하나같이 독립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작던, 크던 뭉쳐서 산다.

 

하등동물 중에는 독자적 생존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그들의 생명력은 매우 짧다. 인간은 원시생활을 할 때부터 더불어 살아왔고 씨족과 씨족, 부족과 부족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국가사회로 발전해 온 것은 인류고고학자들에 의해서 생생히 밝혀진 일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를 꺼꾸러뜨리고 승자가 되기 위해서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계속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걸핏하면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슬람의 시아파와 수니파는 시리아 등지에서 처참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의 체첸, 중국의 티베트와 위구르, 한국의 남과 북은 테러와 포격으로 얼룩져 있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양상의 대부분은 결정적 타격을 주지도 못하면서 테러나 납치 등 비교적 하찮은 공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큰 공격이 아니더라도 일벌백계의 보복이 그치지 않는다.

 

 

인류역사상 기록하기조차 껄끄러운 참혹한 전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현대판 무기는 인류를 말살할 수 있을 만한 무서운 핵폭탄의 존재로 말미암아 더욱 큰 공포로 다가온다. 이런 일들이 국가 또는 정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어 그 위험은 더욱 크다.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의 자의에 의해서 일이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독일의 히틀러는 미술학도로서 지극히 평범하고 나약했던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열등의식을 벗어나기 위해서 비정상적인 공격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치당을 만들어 게르만민족 이외에는 모두 열등민족이라는 세뇌를 시켰다. 그리고 유대인 600만 명을 아우슈비츠에서 가스로 죽이는 살인마로 변했다.

 

이른바 홀로코스트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자기 확신이라는 착각 속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인류를 향한 큰 죄를 짓게 되는 연유다. 김일성이 스탈린의 사주를 받고 6.25를 일으킨 것이나 김정일이 천암함을 폭파하고 연평도를 포격한 것도 히틀러와 대동소이한 분노조절 능력을 상실한 일종의 정신적 결함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갖춰야 할 기본은 인격이다. 인격은 그 사람의 학식이나 재산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혼자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남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기본자세를 갖춰야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첫째로 남들에게 자신을 낮추는데서 시작한다. 모두 자신의 자존심만 내세우고 저만 잘났다고 의시대면 상대는 모멸을 느끼고 그와 섞이지 않으려고 한다.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일이 쉬울 것 같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 시간 사유(思惟)를 거듭하면서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상대를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을 체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통해서 항상 배우는 일이 이를 실천하는 길임을 깨닫는다면 개인간의 갈등은 물론 사회나 국가간의 문제도 어렵지 않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일간의 외교는 얼음장처럼 차갑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고노담화를 부인하는 아베정부 때문이다. 독일처럼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다면 양국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인데 우경화한 아베만이 혐한(嫌韓)시위를 부추기고 있어 어려움이 중첩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유념해야 될 일은 쉽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 공사직(公私職)을 막론하고 상사의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부하직원을 향하여 적거나, 크거나 불호령을 내리는 것을 카리스마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상사의 리더십은 불호령보다 감싸주고, 칭찬하는데서 나온다는 기본조차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시행착오다.

 

상하(上下)라는 계급은 일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과 과정일 뿐인데 이를 인간자체의 상하관계로 착각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로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시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다. 특정한 단체의 회원으로 등록된 구성원은 그 조직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회칙과 규율에 따라야 한다. 설혹 어떤 결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항의하거나 바로 잡을 생각을 해야지 자기감정으로만 불평을 쏟으면 갈등만 커진다.

 

갈등이 증폭되면 조직파괴로 직결된다. 조직의 원리를 무시하고 개인감정을 전체의사인양 허장성세하는 행위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행위를 상습적으로 반복한다면 그의 구성원 자격은 근본부터 부정적으로 비춰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자격박탈의 사유가 된다.

 

예로부터 인격의 바로미터를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했다. 허우대가 멀쩡하고, 소진 장의의 언변을 구사하며, 글을 잘 쓴다고 해서 판단력이 훌륭한 것이 아니다. 몸이 단정하고, 바른 말을 서슴지 않으며, 억지주장을 하지 않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중용(中庸)의 판단을 내린다면 그의 인격은 상급(上級)에 속한다.

 

완전하지 못해도 이러한 인격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 인격을 갖춘 나라의 지도자가 나와 세계의 경륜(經綸)을 논하는 세상이 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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