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즈는 인간을 순한 양이기 보다는 늑대라고 표현했다. 동물은 배불리 먹고 나면 더 이상 욕심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수면을 취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 많이 갖고 싶어 하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높이로 따진다면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항공 승무원이다.

 

그래서 그런지 항공승무원이 되는 것이 많은 한국 젊은 여성들의 꿈이다. 항공승무원이 되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항공승무원을 양성하는 대학과 사설 단체도 무수히 많다. 승무원을 양성하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 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 입학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것이다.

 

하늘 위에서 일하는 직업답게 대학 1학년부터 취업 준비과정이 장난이 아니다. 입학을 하면 첫 시간부터 정장을 입고 등교한다. 그리고 학교 교정을 다니면서 승무원 실습교육을 한다. 비행기 안에서 하는 것처럼 똑 같이 두 손을 앞에 모으고 보는 사람마다 공손히 인사를 한다. 그 날 개인의 기분에 상관없이 그 들은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 해외학생 봉사단을 인솔하고 한국 유명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해 베트남에 다녀왔다. 바로 옆자리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 일행이 타고 있었다. 부부인 듯 보였다. 양말도 벗은 맨발 상태로 기내에서 제공하는 베개를 바닥에 깔고 비벼대고 있었다.

 

다음에 누군가 그 베개를 머리에 베고 잠을 청한다고 생각하니 그리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시간이었다. 두 사람이 똑같이 맥주 한 캔씩을 주문했다. 그리고 식사카트가 뒷좌석으로 옮기기도 전에 단숨에 맥주를 다 마시고 그 자리에서 와인을 시켰다. 그리고 그 후로도 또 맥주와 음료수를 몇 번 더 주문했다.

 

그뿐만 아니라 맥주 안주로 땅콩을 몇 번 더 주문했다. 식판을 정리할 때 보니 식사는 제대로 하지도 않고 그냥 반납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또 승무원을 부르는 벨을 눌렀다. 그 많은 승객에게 식사를 제공하느라 분주한 그녀는 이제 지친 듯이 다가왔다. 자세히 보면 분명 짜증이 난 얼굴이 역역한데 그 손님들에게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으면서 정중하고 겸손하게 도와 줄 일이 있느냐고 물어 본다. 이제 그 손님들이 라면을 끓여 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본다.

 

갑자기 2013년 4월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포스코 임원의 “미국행 비행기 내 라면사건”이 생각났다. 기내식을 먹지 않고 라면을 시켜서 설익었다고 투쟁부리면서 승무원을 폭행까지 한 사건이었다. 아주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외국항공사가 운행하는 비행기를 타본 적이 있다.

 

외국 항공사의 승무원은 꼭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직업이 승무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어떤 승무원은 고객을 모신다라기 보다는 손님에게 명령하고 있다는 불쾌감을 가질 때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승객에게 거의 무릎을 꿇다 시피하고 대화를 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미국 마케팅학회에 따르면 서비스란 판매를 위해 제공되거나 혹은 제품 판매를 수반하여 제공된 행위, 편익 그리고 만족이라고 정의하였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서비스는 비생산적인 노동이나 혹은 비물질적인 재화라고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가 팽창되고 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된 현대에서에는 서비스가 부차적인 요소가 아닌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 되었다.

 

특히 항공서비스는 무형성이 강하게 지배한다는 특성이 있다. 항공기라는 하드웨어를 수단으로 고객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항공서비스를 함께 구매한다. 때문에 승무원들은 고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구매 대가로 받는 유형재는 아무 것도 없지만, 비행 중에 경험한 안락함, 쾌적함과 함께 항공 종사자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규정과 상식을 넘어서 남에게 배려하는 의식이 전혀 없이 지나치게 자기의 권리만 주장하는 소위 진상손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이윤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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