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초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아파트론'(가칭)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워 모바일 뱅킹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던 주택담보대출마저 모바일로 대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 상품에 가입하길 원하는 고객은 우선 소득, 직장, 대출 대상 아파트 등의 필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입력해야 한다. 우리은행 상담원은 모바일로 이를 확인하고 대출심사시스템을 통해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고객이 최종 대출 가능금액과 조건에 동의하면 대출약정서와 근저당 설정 계약서 또한 모바일로 작성된다. 집을 새로 사는 고객이라면 은행을 방문해 저당권 설정을 해야 하지만,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고객은 은행 방문조차도 필요 없다.

 

하나은행이 지난 8월 내놓은 '원클릭 모기지론'이 전화를 통해 상담하고 대출에 필요한 서류는 팩스로 받는 등 '모바일+오프라인' 성격의 주택담보대출이었다면, 이 상품은 순수 모바일 대출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앞서 모바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전세론'을 지난 8월 출시했다. 국민,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용도에 맞는 모바일 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대출 상품 확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일종의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톡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돈을 보낼 수 있는 '뱅크월렛카카오'가 출시되는 등 은행과 비은행의 장벽이 무너지고 모바일 금융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는 시대적 조류에 맞추지 않으면 은행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자각이다.

 

한 시중은행의 상품개발 담당 임원은 "기존 광고시장이 인터넷으로 이동하고 다시 모바일로 급속히 이동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IT 기술의 발전은 모든 것을 뒤흔들고 있다"며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은행도 모든 먹거리를 뺏기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핵심 영업인 수신과 대출 부문에서도 영역 파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바일 금융은 예·적금 부문에서 이미 그 위력을 입증했지만, 대출 부문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우 인터넷 예금 상품인 'e-파워예금'의 가입액이 이달 들어 2조3천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스마트폰 예금의 가입액도 1조8천억원에 육박했다.

 

이에 반해 하나은행이 지난 8월 내놓은 '원클릭 모기지론'의 가입액은 아직 58억원에 불과하며, 우리은행이 비슷한 시기 내놓은 '스마트폰 전세론'도 31억원의 초라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대출이 일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은행권 내부의 판단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주 고객인 40~50대가 모바일에 익숙지 않은 '비(非)모바일 세대'라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에 뛰어들 젊은층은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모바일에 '중독'된 세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연 3%대 초중반인데 반해 우리은행의 모바일 주택대출 상품은 연 2%대 후반으로 금리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뛰어난 가격 경쟁력도 모바일 대출의 앞날을 낙관하게 만드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PC에 익숙한 세대가 중장년층이 되면서 인터넷 뱅킹이 급속히 퍼져나간 것처럼,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되면 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를 잘하는 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의 경쟁력 차이도 곧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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