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르헨티나 축구의 아이콘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숙명의 '중원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끄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7일(한국시간)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의 프리토리아 대학교 '턱스 스포트 그라운드'에서 끝난 자체 청백전에 메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시켰다.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에서 투톱으로 나섰던 메시의 포지션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메시는 이날 훈련에서 치러진 자체 청백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2도움을 기록하는 빼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메시는 자신의 장기인 빠른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로 투톱의 공격력을 뒷받침했다.

더불어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에스투디안테)과 함께 중원을 지키면서 왼쪽 날개인 카를로스 테베스(멘체스터시티)에게 내주는 패스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화려함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면서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4-2-3-1 전술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대표팀의 '캡틴' 박지성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공격적인 4-4-2 전술과 수비적인 4-2-3-1 전술을 모두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등 반드시 승점을 챙겨야 할 팀은 4-4-2 전술로 나서고, 막강전력의 아르헨티나 경기에서는 최소실점을 위해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박지성과 메시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나란히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박지성은 지난 2008년 4월3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면서 메시를 완벽하게 봉쇄해 팀의 1-0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당시 박지성은 왼쪽 측면으로 선발출전해 오른쪽 날개를 맡았던 메시를 철저히 막아냈다. 이후 메시가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하자 박지성도 포지션을 바꿔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메시의 움직임을 완벽히 차단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나서 박지성은 맨체스터 지역지인 맨체스터이브닝뉴스로부터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9점을 받았고, "상식을 넘어선 스태미나를 선보였다. 단지 열심히 뛰는 것 이상이었다. 전반에는 골을 넣을 뻔했고 루이스 나니가 반드시 성공시켰어야 할 빛나는 크로스를 건네기도 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특히 박지성은 경기 내내 1만1천962m를 주파하면서 메시 봉쇄와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 역시 박지성의 활약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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