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68호는 "자치구의회 폐지에 관한 헌법상 쟁점"에 대하여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장 최석림 변호사와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 조규범 법학박사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들어가며
지난 4월 27일 국회의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 위원회는 특별시·광역시의 지방의회를 폐지하
는 내용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안’)을 대안으로 의결하였다.
이 특별법안 제13조는 특별시·광역시 관할구역 안에 있는 구의 구청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
하고 그 지방의회는 설치하지 않도록 하는 대신, 구청장을 포함하여 해당구에서 선출된 특별시·광역시 의회의원, 법률로 정하는 약간인을 포함하여 구성하는 ‘구정위원회’를 두도록 규정 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국가운영의 기본틀이자 지방분권 정치를 구현하려는 것으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지방자치보장은 법률규정의 구체화를 위한 방침으로서의 규정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구속규범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모든 국가기관의 구성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특별법안 제13조는 여러가지 헌법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논쟁의 핵심은 1) 현행 시·군·구 체제가 헌법상 필수적인지 여부, 2) 광역자치단체 내의기초자치단체 폐지 조치의 위헌 여부, 3) .지방 자치법.에서 ‘구’를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존치하면서 구의회만을 폐지하는 조치의 위헌 여부, 4) 특별시·광역시의 구를 지방자치단체 개념에서 제외하고 구의회를 폐지하는 조치의 위헌 여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헌법에서 지방자치의 의미에 대하여 고찰한 후, 자치구 의회 폐지를
둘러싼 헌법상 쟁점에 대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2. 헌법상 지방자치제도의 의미

사회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광범위하고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여야 하는 현대국가의 공권력은 당연히 기본권보장 및 민주주의의 원칙을 바탕으로 이를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권력은 일원적.집권적 통합의 경향을 강하게 가지려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지역주민의 행정수요를 해당지역의 특성과 실정에 가장 알맞는 형태로 충족시키기 위해분권화와 자치·자율을 강조하려고 한다.

현대 지방자치의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자치단체와 주민 사이에 근거리에서 접근성과 친밀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자조와 연대를 기초로 하여 현지주의 또는 지역주의 정신에 따라 주민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주민 위주의 정치와 행정을 펴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중심의 정치에 대해 저항하면서 동시에 보다 선도적인 지역 본위의 행정시책을 고안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그러한 시책의 입안과 수행은 해당지역 주민의 참가 하에 할 것을 당연히 요구한다. 현대의 지방자치는 이러한 내용의 철학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보겠다.

한편, 현대국가의 병리현상으로 의회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중앙권력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수직적인 권력분립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제가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근·현대국가가 그 전개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전체주의라는 경험은 권력의 억제.균형시스템으로서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자치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어 오늘날 각국이 헌법전에 지방자치에 관련한 조항을 명시하게 되었고, 주민자치 또는 단체자치의 원칙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 되었다. 다양하고 개성적인 인간의 사회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자치와 분권 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3. 현행 ‘시·군·구’ 체제 변경

문제의 쟁점
우리 헌법 제8장의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에서 현행 시·군·구 체제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단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에 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방자치제도는 기본권의 실현, 기능적 권력통제, 그리고 보충성의원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헌법상의 제도인 동시에 통치구조의 조직원리로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의 지방자치조항은 이를 제도적 보장으로만 이해하여 그 내용을 지방자치권의 객관적 제도 보장에만 치중하여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다.

제도적 보장이란 전래의 제도의 폐지를 제외 하고는 입법자에게 제도의 내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는 전래의 제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독일식의 제도적 보장과는 차이가 있고, 현행 1987년 헌법은 중단되었던 지방자치를 부활시킬 형성의 의무를 입법자에게 지우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핵심적 내용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1)우리 헌법은 제117조 제2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시·군·구’라는 지방자치단체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헌법상의 근거로 삼을 수는없다. 왜냐하면,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현행과 같은 ‘시·군·구’ 체제는 헌법제정권자가 아니라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시·군·구’ 체제는 입법자인 국회에 의하여 변경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4. 광역자치단체 내의 기초자치단체

폐지문제의 쟁점

광역자치단체 내의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조치가 헌법에 반하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단층으로 구성하는 경우에는 대체로 크게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 정신에 반한다는 견해와 입법재량의 문제라는 견해 1) 박종보, 구의회 폐지의 위헌 여부에 관한 의견서, 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자문의견서(2010. 5.20), 2면 참조.
2) 헌재 2006.4.27, 2005헌마1190.

자치구의회의 폐지문제는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노력과 함께, 헌법상 지방자치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헌법체계상의 위헌적 요소를 철저히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해로 나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헌법보장 정신에 반한다는 견해로는 첫째, 우리 헌법상 주민의 자치권 등이 훼손되지
않는 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가능하지만, 헌법 개정방안으로서 헌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기하여 지자체의 폐치·분합을 입법자가 법률개정을 통하여 함부로 하지 못하게하여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둘째, 현행 지방자치법이 농촌지역의 기초자치단체를 읍·면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실제적
인 생활권을 무시한 것이고, 대도시에 구의회를 둔 것은 대도시가 갖는 종합생활권적 특성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셋째, 풀뿌리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자치구의 존재가 타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교통통신수단의 발달로 인한 공동생활권 형성 추세를 감안한다면 도농복합시의 경우처럼 행정의 효율성을 위한 광역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지방자치행정 수행의 경제성·효율성 및 의회 구성의 합리성, 지역주민의 생활공동체 구성 등을 고려한 면밀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다
는 견해가 있다.

반면에 입법재량의 문제라는 견해로는 첫째, 헌법재판소는 현행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중층구조 또는 지방자치단체로서 특별시·광역시· 도와 함께 시·군·구를 계속하여 존속하도록 할지의 여부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둘째, 행정구역개편과 관련하여 자치계층의 단층화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 정신에 반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변경하는 것은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셋째, 제도보장론에 입각하여 지방자치단체라는 행정유형이 존재하면 되는 것이지 특정한 유형의 지방자치단체 존립을 보장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시·군·구를 자치단체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위헌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5. 현행 헌법상 자치구 존치 하에

의회 폐지문제의 쟁점

현행 헌법상 자치구를 존치하면서 그 자치구의 의회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는 대체로 의회의 폐지가 불가능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하겠다. 헌법 제118조 제1항의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규정을 제도보장으로 이해하여 제도보장의 원칙을 최소한으로 적용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는 반드시 의회를 두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러한 의견은 지방의회를 주민의 대표기구로, 지방자치 의 이념을 실현할 가장 근본적인 기초조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5·16 쿠데타 이후 지방의회가 폐지되고 지방자치단체가 법적으로 존재했지만, 그 시대를 우리가 지방자치시대로 부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주민대표기관인 의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지방자치의 핵심은 자치단체가 그 고유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인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고, 이 의결기관은 주민의 대표로 구성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요청이므로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회를 두는 것은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의 본질적내용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따라서 현행 지방자치법상의 자치구를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존치하면서 구의회만을 폐지하는 입법은 현행 헌법 제118조 제1항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6. 특별시, 광역시의 구를 지방자치

단체 개념에서 제외하고 구의회 를 폐지하는 문제의 쟁점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면 의회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자치구를 폐지하면서 구의회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헌법 제118조 제1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견해가 제시되기도 하는데, 광역자치단체인 ‘도’ 아래에는 기초지방자치단체로서 ‘시·군’을 두면서 같은 차원의 광역자치단체인 ‘특별시’와 ‘광역시’ 아래에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따로 두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학설을 살펴보면 첫째, 자치단체 개념에서 구를 제외한 후 구의회를 폐지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관하여 법체계적으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지만 헌법정신에 위배될 수 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둘째, ‘특별시’와 ‘광역시’에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자치구를 폐지하고 행정구가 설치되면 주민들이 자치구 의회의원을 선거함으로써 자치단체를 구성할 기회와 자치구 의회의원으로 취임할 기회를 침해받게 되므로 특별시와 광역시 주민들의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침해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셋째, 특별시와 광역시 주민들은 ‘도’의 주민들과 달리 기초지방자치단체 의원에 대한 선거
권 및 피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평등권 침해문제 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지방자치를 제도적 보장으로 보거나 입법재량으로 보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제도의 폐지에는 기존 의 기본권 보장의 일정부분을 소멸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자치구 의회 폐지의 타당성에 대하여는보다 면밀한 조사·연구는 물론 적합성, 합리성, 민주성의 측면에서의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는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노력과 함께, 헌법상 지방자치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헌법체계상의 위헌적 요소를 철저히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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