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종호기자] 주주총회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투표) 폐지로 인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00여곳이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서면투표제도 도입하지 않고 올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경험도 없어 섀도 보팅 폐지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상태다. 여기에는 네이버와 엔씨소프트와 같은 대형 상장사도 다수 포함됐다.

 

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국내 법인 659개사 가운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5% 미만인 상장사는 99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상장사 중 서면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12곳,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전례가 있는 기업은 40개사에 그쳤다.

 

반면 서면투표제도 도입하지 않았고, 올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전례도 없는 기업은 모두 55개사로 나타났다. 

 

정관 변경 등 특별 결의를 필요로 하는 안건 또는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 비율이 3%로 제한되는 감사 선임 안건 등을 제외하고, 일반 결의 안건에 대한 주총 의결정족수는 25%다. 

 

따라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5% 미만인 기업이 주총을 열려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나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해 의결정족수를 충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이라도 섀도 보팅 제도를 통해 의결정족수 불충족으로 인한 주총 무산을 막을 수 있었다.

 

주권발행회사가 주총 개최 전에 한국예탁결제원에 섀도 보팅을 요청하면 예탁원이 그 회사 주총에 참석해 실제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찬성·반대 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기업이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경영진과 대주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악용돼 내년 1월부터 폐지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5% 미만임에도 서면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올해 정기주총 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도 하지 않은 기업에는 유명 대형 상장사도 포함돼 있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주총 사례를 살펴보면 기관투자자의 약 90%, 일반투자자의 30%가량이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기업들이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등 다양한 의결권 행사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