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관치(官治)금융’은 특효약이 없다.
그들만의 '마피아 인사'가 판치는 나라


세월이 하수상하니 대한민국이 온통 'OO피아', '▲▲피아' 세상이 돼 버렸다. 절대권력으로 인사를 독식하거나 위세를 떨치는 특정 집단 출신의 세력을 업계에서는 00피아 라고 부른다.

 

악명높은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에서 따온 합성어 'OO피아'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한 몇 년 전까지 '모피아'뿐이었다.과거 재무부(MOF) 출신들이 산하 금융기관장 자리 등을 싹쓸이하던

관행을 가리키는 속어로 지금은 기획재정부가 그 바톤을 이어받고 있다.

 

좀더 줌인(zoom in)해 들여다 보면 관료 피아들의 공통점은 산하기관이나 관련 업계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가 서로 끈끈한 연줄을 유지하면서 자리보전, 노후보장, 이권나눔 등 사익을 추구한다.

 

사사로운 개인감정이 개입되고 치적을 쌓으려는 생각이 먼저 앞서다보니 국익이나 공익은 그야말로 공염불이되고 뒷전으로 밀리기 일수다. 더욱더 한심스러운 것은 예산이 낭비되고, 부정부패가 횡행한다. 결국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피아들의 좁은 식견(識見)으로 인해 나라의 기틀은 허약해지고, 유유상종(有有相從)문화의 만연으로 사회의 신진대사(新陳代謝)가 막힌다.

 

이런 그들만의 잔치를 방치하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기자가 바라본 한국 금융계의 고질적인 병인‘관치(官治)금융’은 특효약이 없다. 오히려 관치(官治)금융의 논란은 현 정부 들어 ‘정치(政治)금융’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는 등 더욱 교묘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몆년전만 하더라도 금융권의 최고위직이라 할 수 있는 은행장, 협회장 등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점령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행장뿐 아니라 부회장, 부사장, 감사, 사외이사 등 대중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다시말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은밀한 자리까지 정치인 출신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먹기좋은 떡이 배부르다 했지만 지금은 그말이 무색할 정도로 퇴색해 버렸다.은행장, 협회장은 표면적으로는 금융권의 최고 정점에있고 권력또한 막강하다. 그러나 여론의 안테나가 24시간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감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 행장,부회장 자리는 여론의 눈을 피할 수 있고 업무량에 비해 높은 보수를 받는 이른바 ‘꽃 보직’으로 인기 최고다.

 

자신들이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뒤에서 실권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금융 시대에 낙하산 인사가 낙점되는 과정은 더 가관(可觀)이다. 아예 회장, 행장 선출기구가 구성되기도 전부터 수장들의 내정설이 돈다. 낙하산 인사가 낙점되는 것은 거의 100%다.

 

‘들러리 후보들’과 ‘거수기 위원회’로 형식은 겨우 지키지만 절차가 끝날 때면 소문이 어김없이 현실이 되버리고 만다. 관치금융 시대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도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최근 '금융검찰'로 군림하며 때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의 목줄을 죄고 손발을 잘라버리기도 하는 것이 이들 금융당국이다.그러나 한 때는 말 그대로 '서비스 기관' 임을 스스로 자처할 때가 있었다.

 

우숫게 소리로 국내 금융사 모두가 우리의 고객들이라며 금융시장의 '머슴'처럼 부려달라는 말이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나오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같은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금융당국의 칼날이 매서워졌지만 여전히 강자 앞에서는 무기력 해 진다.하지만 국내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파산선고를 받고 이후 금융권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과 동양사태, 그리고 'KB사태'를 거치면서 금감원의 칼날은 날로 날카로워졌다.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안팎의 비난 여론으로 인해 금융당국은 보라는 듯이 서슬퍼런 칼날을 매일같이 갈고있지만 부분적으로 낙하산 인사에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실예로 최근 금융당국이 제청한 후보군이 청와대에서 뒤집히는 일이 빈발하고 주요 직책이 장기간 공석(空席)으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금융위원회가 과거 산하기관 등에 발휘했던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부적절한 외압을 걸러주기는커녕 정권의 의중을 금융회사에 전하는 통로 역할만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관피아<관료+마피아>의 금융권 취업 통로는 세월호 사태 이후 사실상 봉쇄됐다. 하지만 정치권 출신 낙하산, 즉 ‘정피아<정치인+마피아>’는 되레 활개를 치고 있다.

 

올 들어 금융사의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한 정피아는 주요 인물만 1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정피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중에 정수경 변호사가 있다.우리은행이 10월 신임 감사로 선임한 정수경 변호사는 그야말로‘정피아’ 논란에 휩싸인 대표적 인물이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금융권 근무경력이 전혀 없다.

 

IBK기업은행 감사로 지난 10월 임명된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은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월에는 권영상 전 새누리당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이 한국거래소 감사에, 9월엔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공명재 전 한국거래소 자체평가위원이 수출입은행 상근감사에 선임됐다. 또 산은금융지주의 홍일화 사외이사는 과거 한나라당 부대변인, 산은자산운용의 여해동 사외이사는 과거 한나라당 재경수석전문위원 출신이다.

 

앞에서 '기자'가 지적했듯이 은밀하고 교묘해진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금융사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에 정치인이 대거 투입되는 것은 이들이 사장 행장 등 기관장에 가려져 있어 업무에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꿩먹고 알먹는 자리, 마당쓸다 돈줍는다는 소위 땡 보직이다.업무는 적은데 권한은 많고 연봉도 후하기 때문에 외부출신 인사가 ‘잠시 쉬어가는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이들은 2인자 또는 3인자 자리에 숨어서 해당 기관에 정부의 의중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도 한다. 권력과 줄을 대고 있는 만큼 기관장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 한다는 든든한 빽도 갖추고 있다.

 

최근 내부 출신 인사가 기관장이 된 한 금융사의 고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는 얼굴마담 격이고 결국 조직 어딘가에 낙하산이 와서 회사를 멋대로 흔들 것이라고 속 마음을 비추기도 했다.

 

결국 도랑치고 가재잡는 놈은 엉뚱한 곳에 있다는 말이다.내부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때문이다. 년말이 다가오지만 금융계의 인사 난맥상이 이어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이제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금융 선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변화하지 않고 구시대적 인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해 민간 금융사의 지배구조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원망의 목소리를 어찌 감당할지 금융권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나라님들! 금융계가 제대로 서지 못하면 목발짚은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아십니까?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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