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적위반  / 조재형


 
검진센타를 내원한 날
혈류를 파손하는 주범이 적발되었다
추락한 시력을 들여다본 젊은 의사가
평생 볼모로 나포된 거라며 휘슬을 분다
 
백년도 미치지 못할 주행거리
천년을 운행할 듯 적재함을 채웠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혈당 수치가 널뛰기 한다
경고등을 무시하고 방임하는 사이
온몸에 잠입한 것인가
정직한 몸이 미리 전파했을 빨간불
통장 액면에 흐려진 시야가
체적량을 초과하였던 것
 
채혈을 시도하는데 통로가 막혀 있다
유유자적이 진입로를 찾지 못한 것
마음을 비우라는 처방이다
전신에 만차된 허식과 휴경지를 뒤덮은 위선의 잡초
마음과 결탁한 저 무거운 화물들
하차시키기 쉽지 않은 일인데
 
발부한 진단서는 백기처럼 펄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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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부터는 나도 불혹을 넘어서인지 건강검진만 하면 꼭 한 두 가지 경고를 받는다.
과음 과식 등 절제할 목록에 운동까지 땀나도록 더 많이 해야 한 다니…

저혈압이었던 내가 점점 고혈압이 되어가고 위염 아니면 위궤양 진단에  굼뗘가는

몸뚱이가 한숨을 쉰다.
  위 시의 화자도 검진을 받고 진단서를 받아들고 나서야 경고등이 켜진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며 몸과 마음에 과적했던  것들을 뉘우쳤나보다.

내 심정을 그대로 읊은 것만 같아서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인간은 세월의 밥인 지도 모른다.
인체를 우주에 비유하고 오묘한 예술, 아니 기계로도 비유도 하지만
사람의 몸처럼 연약한 기계가 또 있으랴!
요즘 들어 유난히 나이에 관한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건 왜 일까?
건강 정보지나 TV프로그램을 열심히 챙겨보게 되고 몸에 좋은 거라면 챙겨먹게 된
나도 이제 과적의 후유증을 톡톡히 맛보는  중이다.


연말 모임에 돌아다니다 자정이 다 되어서 귀가하니 몸이 휘청거리고 늘어진다.
오늘 또 과적위반 딱지 하나 척 등에 붙였다.


화자가 발부 받은 진단서가 내 눈앞에서 백기처럼 펄럭인다.

이제 나이 하나 더 먹을 텐데 욕심을, 탐욕을 좀 내려놓으라고,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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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시인/
전북 부안 출생
시문학 등단(2011)
시집 『지문을 수배하다』
현, 법무사로 재직

▲     © 최봄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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