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날

따뜻한 시집 한 권 소개한다.

최순섭 시인의 첫 시집 '말똥말똥'(한국문연)이 출간 되었다.

서평을 쓴 박성현 시인(문학평론가)은

"최순섭은 일상의 감각적 순간을 포착하는 언어의 직관에 대해 발군의 솜씨를

발휘한다. 그는 일상의 소소한 단면을 명랑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 평했다.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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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싸움

 

 

가로등 아래 꾹꾹 쌓이는 눈

휘적거리며 돌아오는 늦은 저녁

마중 나온 아내가 깔깔대며 눈덩어리를 던진다

아스란 시절 그대가 던진 눈은 첫눈,

참 새큼하고 보드레했지

이제 불혹 넘어 그대가 던지는 눈덩이는

돌멩이처럼 아프기만 하다

하기야 거친 세월 군살 박힌 손아귀에

돌 잔뜩 쥐었겠지 죄 많은 내게 언젠가

던져야 할 주먹들 가득가득 담았겠지

하얀 눈 차갑게 내려주신 분은

'죄 없는 자여, 돌을 냅다 던지라' 하시네

오늘이 그날, 그대여!

무거운 돌덩이 내게 힘껏 던지시게 그리하여

아련한 첫눈으로 새록새록 날아오시게

눈싸움도 깊어지면 빨갛게 달궈지는지

뜨거운 살덩이 그러안고 쓰러지는 밤

天地間상처투성이 하얗게 덮으며

보스락보스락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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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섭 시인/

1956년 대전 출생

1978년 '시밭'동인으로 작품 활동

에코데일리 문화부장

카톨릭독서 아카데미 상임위원

서울특별시교육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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