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은 누구를 말함인가? 그리고 정당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이 세 가지 물음 앞에 말문이 막힌다.

 

조금도 어려운 말이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너무나 익히 들어왔던 말이면서도 막상 그 말을 풀어보라고 하면 쉽게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교과서적으로 얘기한다면 간단하다.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풀면 “그것이 아닌데?”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정치란 진정 무엇일까.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란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여러 가지 복잡다기한 일이 얽히고설킨다. 이렇게 해야 옳다고도 하고, 저렇게 해야 맞는다고도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활동영역이 다르다보니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보는 범위가 빤하다. 문제는 기본적인 원칙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 중에서도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제일의로 친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어떤 나라도 견디기 어렵다.

 

요즘 전 세계는 러시아의 디폴트를 크게 걱정한다. 루불화의 추락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즈베기스탄 사태로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동부지역까지도 수중에 넣으려고 내전을 부추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이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러시아 국민은 전전긍긍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IMF사태를 겪으며 쓴맛을 봤다. 한국과 달리 국제적 영향력이 막강한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한다면 전 세계가 공황에 직면할지도 모르는 파괴력을 가진다. 이처럼 경제를 추스르는 일은 국가경영의 기초다.

 

그 다음으로는 국가안보다. 나라끼리 전쟁이 발발하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다. 우리는 6.25민족상잔을 겪으며 전국이 초토화, 피폐화했던 쓰라린 경험을 가졌다. 그로 인해서 남북은 분열되어 지금도 휴전선에서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는 처지다. 남북 모두 군비경쟁에 몰두하고 있으며 국가예산의 가장 많은 부분이 국방예산이다.

 

북한은 열악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원폭을 개발했다.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어떤 적으로부터도 자기를 지킬 수 있다는 ‘약자 방어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세 번이나 원폭실험을 강행했다. 300만의 인민이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들과 대치국면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큰 재앙을 머리에 얹고 사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러한 무력대결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역대정부에서는 온갖 회유책을 써왔다. 박정희 정부는 특사를 교환해가며 획기적인 7.4공동성명을 내놔 국민의 환호를 받았다. 전두환 집권 시 한국에 수해가 나자 김일성이 수재 의연품을 보내겠다고 호언했다. 물론 거부할 것을 예상하고 한 행동이다. 그러나 전두환은 이를 덥석 받았다. 의표를 찌른 것이다.

 

김대중은 햇볕정책으로 퍼주기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을 치러냈다. 노무현 역시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임기 말이어서 크게 각광받지 못했으며 대선에서도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금강산 관광객이 피살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북한은 재방방지 등 사과를 거부하여 지금까지도 남북관계는 경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의 숙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19대 총선에서는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통합진보당이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 힘입어 13명의 당선자를 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통진당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싼 부정행위가 폭로되고 경기동부연맹을 이끌던 이석기의 비밀조직인 RO가 발각되면서 사태는 급전했다. 통진당은 양분되어 절반의 세력이 정의당 간판을 내걸고 뛰쳐나갔다.

 

이석기는 RO를 통해서 폭력혁명을 찬양하며 종북노선을 추구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정부에서는 통진당의 실체를 궁극적으로 북한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단정하고 정당해산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재는 1년 넘게 이 사건을 심리했다.

 

정부와 보수단체 그리고 당사자인 통진당 측에서 제출한 관련 문건만 17만 쪽이라는 전대미문의 이론전쟁이 벌어졌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그리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전통 공산당, 히틀러 찬양당, 폭력혁명을 주장하는 당 등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정당 22개에 대해서 이미 해산명령이 내려졌다.

 

헌재는 다각도로 심리를 마치고 12월19일 해산을 선고했다. 9명의 재판관 중 1명만이 소수의견을 냈을 뿐 8대1의 절대다수가 통진당을 종북 정당으로 판단한 것이다. 국회의원 5명의 자격도 박탈하고 모든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유사정책, 강령 등을 내건 신당은 설립할 수 없다. 종북정당의 뿌리였던 통진당의 말로는 비참하다. 여기서 우리는 새삼 자유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에 충실한 필요가 있다. 종북세력은 갔어도 통일운동은 더욱 활발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를 저버린 통일운동은 자칫 종북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이번 헌재 판결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