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토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왼쪽)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부동산 3법, 주거복지기본법 처리 합의 사항 등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여야가 23일 '부동산 3법' 합의에 성공함에 따라 주택·건설업계는 "늦었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환영의 의사를 표시했다.

최근 비수기에다 9·1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여야 합의가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데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우선 건설업계의 숙원이던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종전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실장은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많아 사업추진이 어려웠던 단지의 경우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을 낮추면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상한제 폐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고가 아파트 신축단지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가격 책정이 자유로워 다양한 평면과 설계, 마감재 옵션 경쟁이 가능해진다"며 "고가 아파트 수요가 많은 강남권은 그만큼 분양가 인상 여지가 많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가를 최대한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분양한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인 '아크로리버파크 2차'는 전용면적 112㎡의 3.3㎡당 분양가가 5천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5년 5월 사업승인을 받아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조합원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내놓는 바람에 주변 재건축 단지도 분양가를 높이길 희망하고 있다"며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앞으로 강남권에 5천만원짜리 아파트가 수두룩하게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집값이 물가상승률 이상 급등하거나 청약과열 현상을 보이는 지역에 대해서는 옛 주택투기지구나 투기과열지구처럼 별도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해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민간택지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폭이 큰 강남권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강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적용 배제 지역들이 득을 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상한제 폐지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청약 인기지역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분양가를 올리면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들쑤시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통과시킨 송파구 가락 시영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심의 등을 고려해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2천515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조합원이 추가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가를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태섭 실장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주택경기가 나빠 분양가 상한제 심의가격 이하에 분양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 청약시장이 달아오르고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분양가를 조금씩 올리는 분위기"라며 "상한제 폐지가 가격 인상을 촉발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민간택지의 상한제가 폐지됨에 따라 아파트, 상가, 호텔, 사무실 등을 함께 짓는 복합용도개발(MXD)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3년 유예 조치에 대해서는 "당초 정부가 추진한 완전 폐지가 아니여서 아쉽지만 당장 내년으로 닥쳤던 재건축 개발부담금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박합수 부동산 팀장은 "부동산 3법의 개정 목적은 부동산 규제의 정상화였는데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는 타협안이 나왔다"며 "3년 후에 똑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재건축 조합원 분양을 3가구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은 재건축 아파트 거래를 활성화와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박사 박준 대표는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단지내 복수 주택 보유자의 상당수가 3가구 이하"라며 "조합원 분양이 종전 2가구에서 3가구로 늘면서 투자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부동산 3법 통과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재건축 단지가 하락세를 멈추고 일부 주택형은 가격이 오른 상태"라며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이번 조치로 가격 하락을 막고 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가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적정 임대료 산정과 조사 기능을 부여하고, 전월세 전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사적인 계약에 대해 지나치게 정부가 개입할 경우 사유재산 침해와 집주인들의 반발에 따른 임대차 거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현재 연 8% 수준(연 10%와 기준금리의 4배 가운데 낮은 금리 적용)으로, 야당은 연 4%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6% 선이 적정하다고 맞서고 있다.

박합수 팀장은 "전월세전환율은 저금리 기조를 반영해서 다소 하향조정해야 한다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그러나 전환율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사적인 영역인 임대료 책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이번 부동산 3법이 당초 원안보다 후퇴한 절충안이어서 아쉽다"면서도 "29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돼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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