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같은 시어들로 시를 짜는 한소운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해설을 쓴 이성혁 교수(문학평론가)는 한 시인의 시를

'아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한 기억하기와 꿈꾸기'

로 명명하였다.

 

  '붉은 속내 토해내다 속이 새카맣게 타버린,

생의 속과 여름 땡볕에 그 까만 창자를 우르르 쏟았놓는 겉이 한결같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곡진하다' 고  김영탁 시인은 평을 했다.

 

한소운 시인의 꽃별 같은 시들 중 한 편을 소개한다.

▲     ©최봄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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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천(乾川)

 

 

어떤 간절함이 바닥까지 닿은 기라

흐름을 멈춰버린 마른 몸이

피의 내력을 더듬어 찾아가는 고향,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그곳, 달빛은

유난히 그쪽으로 기울고

어느 해 산불이 나서

산 하나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도

기이하게 산의 한가운데 그곳만은

말짱하게 피해갔다는

여근곡

 

수런거리는 소문들처럼

옥문지엔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으니

어제의 어머니가 딸을 낳고 또 딸이 태어나는

물의 노래

닫힘이 없다면 열림도 없는 것

고향집 닫힌 문 앞에서

까마득히 피붙이를 부르는

몸은

이토록 간절함 쪽으로 기우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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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운 시인/

경주 건천 출생

예술세계 등단(1998)

시집 <그 길 위에 서면 ><아직도 그대의 부재가 궁금하다>

예술기행집 <황홀한 명작여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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