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 인터뷰/지리산 칠선계곡 생활 17년 자연인 문상희

“지리산 17년 생활 …비움의 도리 배우니 행복하다”

고독은 혼자 즐기는 행복이다. 3월 27일, 10시 문상희는 지리산 백무동 소통로 행사로 분주했다. 백무동과 두지터로 이어지는 등산길, 2.5km의 소통로는 폭포와 나무가 어우어진 최고의 등산길이 될 것이다. 직함은 자연인. 문상희의 집 주변에 심겨져 있는 300여 종의 야생화는 제철을 만났다. 산골 생활의 달인이 구수하게 읊는 산골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소설이었다. 디지털시대에서 산골의 문화공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두지동. 문상희가 거주하는 지리산 두지터 집주변에는 300여종의 야생화들이 자리 잡고 있다. 4월 지리산은 산수유화, 진달래, 개나리, 야생화로 울긋불긋 피어나고 있다. 지리산 공기, 물, 바람, 새, 야생화와 함께 터줏대감 문상희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움직인다. 초여름 지리산 등성이에 피어날 토종의 새하얀 벚꽃. 밤에 보는 그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리산 17년 지기 문상희도 꽃 피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워, 그꽃을 보며 초여름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토에는 산이 70%, 도시에 살기가 정말 힘이 들고 벅차면 산으로 떠나 산에서 사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도시 생활을 할 때, 한 깡패에게 칼을 맞아서 죽음 직전까지 갔다고 들었다. 자신을 그리 무자비하게 찌른 사람을 용서한 사연을 이야기 해 달라.

서울역전서 깡패의 칼에 맞다

▲ 문상희. 전화는 011-310-7218.     ©브레이크뉴스
▲20여 년 전 진주에서 생활하던 시절이다.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을 갔다. 그때 돈으로 굉장히 큰 금액인 7백만 원을 손에 들고 있었다.  막 서울역을 들어가는데, 그 앞에서 나와 견해를 달리하는 조직 깡패한테 칼을 많이 먹었다. 나는 그때 조직에서 마약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진주에 있는 한 조직에서 마약을 유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반대파가 나를 제거하기 위해 자객을 보낸 것이다. 가슴에 맞은 칼이 등 뒤까지 뚫고 나왔다. 폐가 펑크가 났다. 오른쪽 다리는 거의 뼈가 다 보였다. 옆구리도 난도질을 당했다. 당시 나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칼에 맞은 후 손으로 폐를 압박한 채, 내 발로 걸어가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는 가까운 병원인 필동은 한 병원에서 내려줬다. 돈도 빼앗기지 않았다. 돈 7백만 원을 옆구리에 끼고 병원까지 왔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 내 생사를 고민하는 흉부외과 과장과 농담(?)까지 했다.

“생사라는 것은 의사도 알 수 없다.”

칼에 가슴을 깊이 찔려 피가 철철 흐르면서도 농담을 하는 나를 의사는 어찌 보았을까?  아마 “야, 이놈 참 걸물이다, 살려야 겠다“라고 생각했음직하다. 인연이 닿았는지 외과 과장과 의사 3명은 7시간에 걸친 긴 시간의 수술을 감행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마취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큰 형이 앞에 서서 울고 있었다. 큰 형은 깨어나는 나를 보더니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우는 형에게 “내 그리 빨리 안 갑니다’ 했더니 큰 형이 펑펑 울었다. 그 때, 내 작은 아이의 나이가 어렸다. 애들 엄마가 작은 놈을 들쳐 업고 진주에서 올라왔다.

애들 엄마는 진주에서 생활 할 때도 ”애들을 봐서라도 그런 오락기 사업을 정리하라“고 여러 번 말했었다. 그런데 먹고 살아야할 돈을 버는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그런 사업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사업은 바다이야기 오락실이었다. 사실 나는 건달이 아니다. 건달이 아니어도 후배들이 막무가내로 나를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따랐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는 건달들이 주먹세계에서 마약에 손을 대면 양아치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따르는 후배들에게 “절대로 마약에는 손대지 마라”고 조언했다.

지금도 그런 세계의 진주후배들은 지리산에 아이스박스를 들고 한 달에 한두번 쯤 나를 찾아온다. 생선을 사 들고, 생선을 좋아하는 나를 보러 오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데리고 있을 때, 그들 나이는 17살~18살 정도였다. 그런 후배들이 이제는 진주의 오야붕격 인물들이 되어 있다.

내가 왜 서울역에서 칼을 맞았느냐하면, 마약을 공급하는 양아치들이 나를 제거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칼을 흠뻑 먹은 것이다. 마약을 팔아야 하는데 내가 못 팔게 하고 있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마약판매의 걸림돌이었던 나를 제거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 지리산의 마지막 비경 칠선계곡    ©브레이크뉴스
지금 생각하니 난 속아지가 참 못 됐다. 내게 칼부림을 한 놈을 경찰한테 넘기지 않았다. 그를 잡아서 내 손으로 처단을 해야 한다는 오기 때문이었다. 남의 손에 절대로 넘겨주지 않으려 했다. 서울역전에서 칼부림이 났으니 당연히 남대문경찰서의 형사들이 병원까지 찾아 왔다. 그래서 그 형사에게 “내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칼부림 났다. 돈을 빼앗기지 않으려 버티다가 칼을 맞았다”고 말했다. 나에게 칼을 먹인 그 놈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당시는 휴대폰이나 삐삐가 없었다. 나를 간호하는 간호사에게 부탁을 했다.. ‘천 아무개’ 간호사는 경상대학 출신이었다. 그에게 부탁을 했다. “공중전화 박스까지 나를 데려다 달라”고. 그녀는 나를 휠체어에 태워 공중전화 박스까지 데려다 줬다.

난 그때 금방 죽을지도 모르는 중환자 였다. 내가 여러 번 부탁을 하니 그녀는 어쩔 수 없었는지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진주에 있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야~, 좀 봐야겠다. 내가 서울역전에서 칼을 먹었다.”

나를 칼로 찌른 이의 얼굴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놈을 잡아서 내 앞으로 데려와 달라”

그 다음날 오후 3시였다. 날 찌른 그가 붙잡혀와 나의 병원침대 앞에 무릎을 꿇어 앉아 있었다. 나에게 칼 먹였던 놈이었다. 그 때부터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문 앞에서, 침대로 오면 다시 침대로, 내가 가는 곳마다 무릎을 끓고 앉아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형님”이라고 말했다.

용서하며 했던 두 가지 약속

병원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면서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폐 수술을 했기 때믄에 의사가 계속해서 풍선을 불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새끼만 쳐다보면 온 몸이 아팠다. 그래서 링거 병으로 그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머리박이 터졌다. 머리에서 피가 질질 흘러 내렸다. 그렇게 피범벅이 되었어도 “형님,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라며 빌는 것이었다.

끈적끈적한 피가 엉겨 붙어 그 새끼 낯바닥의 눈 코입이 구별되지 않았다. 이 새끼만 보면 또 아파왔다. 그때마다 링거 병으로 그를 내리쳤다. 살벌한 분위기 탓에 간호사들은 아예 내 곁에 오지를 않았다.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끓어 앉아 있는 놈을 보고 있으니 피가 더 끓었다.

“그렇게 수모를 당하지 말고 차라리 나를 죽이고 도망가라”고까지 말했다. 진주의 후배들이 병원 입구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으니 도망도 못갈 형편이었을 것이다. 나와 그는 서로 간에 목숨을 건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 이틀 뒤쯤이었다. 핏덩어리 어린 아이를 업은 한 여자가 병실을 찾아왔다. 보니 그 놈 여편네였다. “살려달라”며 엎드렸다. 핏덩어리를 엎은 채 무릎을 굻고 빌었다. 죄 없는 그 핏덩어리가 불쌍했다. 남자 아이였다. 내가 그를 사적으로 처단한다면 그 아이의 생을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가 지금은 핏덩어리 어린아이라도 나중에 크면 지 아버지가 내앞에서 무릎을 굻고 목숨을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는 것을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민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나를 죽이려한 그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접기로 했다. 고민 끝에, 그 새끼에게 두 가지만 약속하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네가 내 약속 두 가지를 죽을 때까지 지켜주면 널 죽이지 않겠다,  그리고 경찰에도 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첫 번째는 앞으로 절대로 마약에는 손을 대지마라, 마약에서 손을 때라. 두 번째는 네 핏덩어리 아들놈을 잘 키워라.”

그는 “약속을 죽어서까지 라도 지키겠다“면서 눈물을 철철 흘리며 울었다. 그리고 “앞으로 큰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직이라는 게 나만 용서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진주 후배들이 이놈한테 손을 쓸 것이 걱정이 됐다.

악연을 극적으로 바꾼 이야기

▲ 문상희의 산중 집    ©브레이크뉴스
내가 용서한 그 새끼에게 “진주 후배들에게 들키지 않게 어디서 한 달간 숨어 지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진주 후배들에게도 단단히 당부했다. “내가 직접 처리하려하니 내가 진주에 내려 갈 때까지 그 놈을 찾지 말아라”고 말 했다.

나는 원래 어디에 틀어 박혀서 사는 체질이 이니었다. 병원에서 겨우 20일 만에 퇴원해 버렸다. 병원에 있을 때도 치료는 뒷전이었다. 수술을 집도한 외과과장과 참 많이도 술을 마셨다.

퇴원한 이후에 진주로 내려와서 나에게 칼을 찌른 이의 문제를 정리를 해야만 했다. 당시 조직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하면 징벌로 끝을 내는 게 관례였다. 그래서 숨어서 숨을 죽이고며 살고 있는 그 놈을 불렀다. 내 앞에 그를 무릎 꿇게 했다. 후배들이 호통쳤다.

“너의 죄를 네가 알고 있으니 이 도끼로 너의 팔을 내리칠 것이다”

나는 후배들을 설득, 그 스스로 손가락만을 자르도록 중재했다. 새끼와 검지를 그 놈이 직접 도끼로 잘랐다. 나는 그때 후배들에게 “아야~, 빨리 이놈을 병원에 데려다 주어라”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건을 종결지었다.

그후, 날 죽이려고 내 가슴에 칼을 꽂았던 그 놈은 나와의 약속대로 마약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아들도 잘 키웠다. 두 사람 간의 약속이 잘 지켜진 것이다. 그날 이후, 그는 나를 형님처럼 따르면서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서로에게 다가왔던 악연을 인연으로 바꾼 것이다. 올해도 지난 명절에 얼마간의 돈을 들고 나를 찾아와 세배를 했다.

'초향' 차는 어떻게 만드나?

-지리산에 들어온지 17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리산에서 개발한 지리산 자연 약초 잎으로 만든 '초향' 차가 인기라는 말을 들었다. 봄이 출시되는 그 차가 인사동에서 한 달 만에 2,000통 모두가 팔려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제품을 한정 생산하는 이유와 '초향'의 인기비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나는 쌍계사에서 11년, 지리산에서 17년, 총 28년을 차와 함께 생활했다. 그 전에는 진주에서 진주 농대를 졸업한 후, 전통 녹차 전문점을 1년 동안 운영 한 적이 있다. 내 가게엔  오는 스님들만 주로 왔다. 한 6개월쯤 하다 보니 내가 녹차를 설명하는 앵무새로 되어 있어서 그만 두었다. 그만 두고 나서는 차에 관한 도구나 종지에 관심을 두었다. 차 그릇, 차 숟가락, 차 도구 들을 혼자서 만들어서 판매했다. 11여년 쯤 녹차 도구 전시관을 운영했었다. 당호는 녹우당이라 했다. 처음으로 선보인 차 도구들은 전국에 있는 찻집을 다 사로 잡을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차츰, 후배들이 독립해서 나갔다.

찻집을 인연으로 차 조직을 많이 거느리게 되었다. 11년 쯤 지나니, 녹차는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흔한 차였다. 또한 차 도구들도 비슷한 제품들이 많이 쏟아졌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차 시장을 석권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 그래서 녹차 도구 전시관도 접었다. 

워낙 한 군데 있지 못하는 체질이라, 돌아다니다가 찾은 곳이 지리산이다. 지리산 칠선계곡 약초는 최고로 좋다. 17년 전 지리산은 오지 중 오지였다. 지리산 자연림은 약초들의 보고였다. 상황버섯과 ‘초향’에 쓰일 약초를 따러 지리산 계곡, 안 가본 골짝이 없다. ‘초향’은 지리산에서 채취한 80~100여 가지 약초 잎을 무쇠 솥에 잘 덖어서 만드는 차이다. 덖은 잎을 멍석에 말리며 잘 비벼서 만든다. 보통 차는 냉한 성질이 있지만 ‘초향’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초향'을 무척 좋아한다. 인사동 판매처에서 100g를 7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초향’은 백가지의 약초 잎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백초차’라 부르기도 한다. 이를 모방한 차들도 시중에서 많이 시판되고 있다. ‘초향’은 방송에 여러 번 소개되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더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

지리산 약초로 만든 ‘초향’은 상표등록이 되어 있다. ‘초향’은 풀 초, 향기 향, 아주 좋은 이름이다. 최근에 개발한 제품인 꽃차도 여성들의 몸에 좋은 차의 하나이다. 다매화차도 좋고, 생강꽃차도 참 향이 좋다. 지금, 저 창가에 노랗게 핀 꽃나무가 바로 생강나무이다. 향기가 독특하고 노란 꽃물이 좋다. 앞으로 두지터 길 앞터에 갤러리를 만들 예정이다. 초향, 다매화차, 생강꽃차, 쑥차, 다른 꽃차들을 갤러리에서 탐방객들에게 시음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 이른 봄에는 어린 쑥으로 만든 ‘쑥차’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른 봄에 3~4잎 올라오는 어린 쑥을 3월 하순까지 103kg 뜯어 놓았다. 어린 쑥을 330도에서 볶으면 향이 깊어진다. 준비한 어린 쑥으로 200통의 쑥차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쑥차는 마니아들이 별로 없다. 쑥차를 우려 마시고, 우린 쑥을 된장국 끊일 때 넣어서 먹어도 된다. 쑥 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좋다. 이른 봄에 사람을 사서 쑥 잎이 3~5잎 될 때 따야 제 향이 난다. 옛 말에 제철에 나는 50가지 봄 순을 먹으면 약이 된다고 했다. 오미자, 산뽕 잎, 마가목 잎, 오갈피, 천산 잎, 인동 잎 등 절기별로 올라오는 잎들부터 따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인동 잎을 시작으로 마지막 칡순 잎까지 딴다.

지리산 1,600m 고지에서 딴 약초도 '초향'에 들어있다. 시기는 이른 봄부터 단오까지 약초를 따서 모은다. 잎이 터져 나오는 자연의 절기에 따라 딴 잎을 5월 달에 가마솥에 덖어서 멍석에 비벼 ‘초향’을 만든다. 이렇게 모은 차 잎으로 겨우 2,000개의 차를 만든다. 그래서 한정품 ‘초향’이 될 수밖에 없다. 6월 한 달 사이에 모두 판매가 마감된다. 지리산 약초의 양이 제한되어 ‘초향’의 생산을 더 늘릴 수가 없게 흠이다. 1년 중 1달 열심히 '초향'을 만들어, 11달 백수 생활(?)을 잘하며 살고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무궁무진 베푼다. 그 자연을 자져다 쓰는 사람이 바로 자연의 주인이다. 나는 지리산 상황버섯을 채취하려고 골짜기 골짜기 안 들어가 본 데가 없다. 5년 미만의 상황버섯은 아예 채취하지 않는다. 버섯 나이테로 나이를 셈할 수 있다. 상황버섯은 4계절 모두 채취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약초군들이 많아졌다. 그 약초꾼들이 어린 상황버섯까지 모두 채취해 가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약이 되는 지리산 상황버섯들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다.

산에서 사는 게 불편하지 않아


▲ 문상희가 가꾸고 있는 야생화     ©브레이크뉴스
-도시생활을 버리고 오지 지리산 계곡 두지터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화전민이 사용했던 담배 말리는 담배막사 한 두 개만 있는 곳이 두지터였다는데... 오지 중의 오지인 이 두지터에 어떻게 정착할 수 있었나?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그래서 한국인 대다수는 산 주변에서 낳고 자란다. 그 산 중에서도 지리산은 명산 중의 명산이다.

지리산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고향이 있는 산 주변에 정착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삶의 양보다 삶의 질을 더 귀중히 여긴다면 “산에서 사는 게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산에 사는 게 좋은 사람은 산에서 산다. 좋은 공기, 산천, 물, 그것만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자녀들 교육문제가 있으면 돈이 창출되어야 만 한다. 그리 안 되면 사는 게 힘들다. 자신이 이 시간의 타이밍에 맞추어 자연과 함께 사는 시기를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나는 복을 받은 사람이다. 한 달간 열심히 지리산을 뒤져 약초 잎을 구해 '초향'을 만든다. 그런 게 나만의 아이템이다. 자연을 적소에 알맞게 찾아 쓰면, 돈이 창출된다. 그래서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지리산은 굉장히 웅장하다. 골짝 만해도 몇 수십 개다. 지리산 나무, 지리산 물, 지리산 공기는 더더욱 좋다. 자연은 자기가 하는 것만큼 주고, 아는 것만큼 받는다. 좋은 보답으로 갚는다. 이 세상은 천금을 가지고 있어도 한 끼에 두 끼를 먹지 못한다. 술을 그리 좋다하더라도 일단 쳐 먹으면 잠을 자야 한다. 나는 술이 얼큰하면 소리 소문 없이 술자리를 뜬다. 술에 취하더라도 술 주사 없이 잠을 자니, 그것도 나만의 복이다.

집과 땅은 쓰는 사람이 주인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있는 지리산. 내가 머무는 곳으로 손님이 오면 내게 준 선물로 받는다. 오는 손님이 주는 선물은 내 그릇이 적으면 적게 받을 것이고, 내 그릇이 크면 크게 복을 받는다.

2년 동안 지리산에 처박혀 있었던 박웅기 동생의 말을 들어보니, 이젠 조금 깨닫고 있는 것 같아 참 좋다. 귀를 열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도자기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가장 큰 그릇은 모두 흙으로 만든 것이다. 어떤 인연을 만나 반죽한다. 성형, 초벌, 유약 칠하기로 그릇이 만들어 진다. 쓰임을 받으려면 비워야 된다. 술잔이 차야 술을 마신다. 비워진 술잔만이 쓰임이 있다. 참 재미있다. 산에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다.(웃음) 지리산에 마음을 비우고 들어 왔다. 비운 마음을 담아가려고. 세월이 많이 흐르면 이런 단계는 자연히 넘어서는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보러 오니 좋고, 그나마 인연이라는 게 오늘 이 시간, 이 공간, 이 자리에 모여 좋은 연을 맺고 있다. 옛 이야기는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 지리산에 들어와서 산다는 것은 똘 아이가 아니면 대단한 것이다. 그렇잖은가? [e중앙뉴스 기사제휴사=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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