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종호기자] '삼성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LG전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가전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압수수색에 대한 LG전자의 강한 반발과 ‘무리한 수사’,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여론에 검찰도 이례적으로 수사의 당위성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초반 단순 재물 손괴로 보인 사건이 점차 확대되더니 지난 12일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맞고소한 데 이어 26일에는 검찰이 LG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조성진 LG전자 사장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고졸신화로도 불리는 조성진 사장은 공고 출신으로 LG전자 사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용산공고 졸업 후 금성사 세탁기 설계기술자로 LG전자에 첫발을 디딘 조성진 사장은 평생 세탁기 하나만 매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직접 자사 광고에 출연하고 2015년에 글로벌 1위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실질적으로 LG전자를 이끄는 인물이다.

 

LG전자가 더욱 이번 압수수색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것도 조 사장의 상징성 때문이다.

 

LG전자는 압수수색 후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글로벌 기업인 당사의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사태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에게 검찰이 조사차 출석을 요구했으나 수차례 불응한 것이 압수수색을 불러온 것 같다"며 "LG전자는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출석에 불응한 것으로 보이나 검찰의 판단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사장의 CES 참석이 불투명해진 시점에서 자칫 국내 가전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보다는 LG와 삼성의 ‘가십’에 대한 국외 여론이 몰릴 것을 염려하는 가전업계의 우려도 크다. 국내 내수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시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제품에 대한 신인도 저하는 결국 국내 업체들의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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