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애나 시집     ©사진=중앙뉴스DB.

 '오아시스가 말라가다'

 

 

32년의 침묵을 깨고 시집을 낸 강애나 시인의 세번째 시집 이름이다.


해설을 쓴 유성호 교수(문학평론가)는
 '모어를 통한 심미적 근원으로의 귀환'이라고 명명했으며
'강애나 시학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미학적 몫은,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과 예민한 해석으로
진행해온 보편적 생의 이법(理法) 탐색에 있다.' 고 했다.
 
그녀의 시 「붉은 간격」을 소개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바람길이 있다.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흔들리고 있다.
 
잔가지에 앉아 있는 새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날렵히 날개를 털며 방향을 잡는다.
 
새의 온기가 지나간 가지에서
포근하게 봉오리가 고개를 들고
수줍은 척한다.
붉은 칼날로 바람을 베어
그 간격에 향기를 뿌린다.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재깍재깍 분침과 초침이 오른쪽으로
바람길을 트고 흔들린다.
향기가 왼쪽으로 퍼져 나간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너와의 간격이
바람도 자르지 못할 향기로 자라고 있다.
 
낮과 밤, 사람들 사이에서 꽃은 피고 지고
붉은 간격으로 행복과 불행의 길이
곡선으로 통하고 있다.
***************************************************
출판사(시산맥)서평 / 
공광규(시인) 


강애나 시인은 한국에 오면 호주 시민권자이고 호주에 가면 한국인이다. 「아카시아와 Gum나무」에서 보듯 그의 유랑의식은 여러 편의 시에 형상되어 편재한다.

 

이를테면 하늘로 가지를 울창하게 뻗은 호주의 Gum나무에게 자리를 내주고 가지를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채 비스듬히 자라는 아카시아나무에 비유한다. 이렇게 그의 시 행간에는 유랑의식이 총총하다. 그래서 “고향을 생각하면 엄마 허리에 감긴 무명 띠도 아플 것 같다”(「유랑자의 안식」)는 구절을 만났을 때 마음이 아프다.

 

이런 강애나의 표제작 「오아시스가 말라 간다」는 인간중심이 아닌 기계와 정보산업 중심의 반생명에 대한 은유이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 기계와 정보가 개입하여 인간성을 소멸시키는 현대를 풍자한다. 오아시스는 사막을 여행하는 데 소중한 생명수이다. 사람의 위안이 되거나 욕구를 해소해주는 곳이 말라가는 것을 시인은 안타까워한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은 강애나의 상상력은 「지구를 한 장으로 쭉 편다면」에서, 지구를 한 장 쭉 펴서 주머니에 넣는 것에까지 미친다. 지구를 편다면 바다도 산도 납작한 아메바가 될 것이라니, 주머니 밖으로 남극이 빠져 나오고 “납작한 포구에 비가 내리면/ 나이가라 폭포는 어디로 흘러갈까”라고 상상하다니. 강애나의 시에서 독자들은 남다른 경험과 재미에 빠져보는 호사를 누리기 바란다.
 ****************************************************

 


강애나 시인은 충북 충주 출생으로 1980년 호주로 이민. 2003년 호주문인협회 동인지 『11월의 낙엽』으로 작품 활동 시작.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호주문인협회, 청송시낭송협회 회원. 시산맥 특별회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문학사랑 해외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시크릿 가든』, 『어머니의 향기』가 있음.
E-mail : tristory@hanmail.net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