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국내 경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소비와 투자가 빠르게 회복하고 수출이 급증하면서 1/4분기 성장률은 무려 8.1%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적어도 6%대 성장률을 달성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얻어 보지 못한 훌륭한 경제 성적표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고용도 점차 개선되는 양상이다. 그 결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등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연구기관들도 모두 2010년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의 4%대에서 5%대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경제가 지표상 크게 호전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다. 신속하고 과감한 정부 재정 지출과 기민하고 유연한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전략이 내수와 수출 경기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올해 국내 경제가 5%대 성장을 한다 해도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성장률은 0%대로 급락했다. 두 해 성장률을 평균해 보면 2%대에 머문다.

체감 성장은 2%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올해 5%대 성장을 토대로 내년에도 이같은 성장세를 유지해야 비로소 국내 경제는 위기 이전의 경제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경제호가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에는 하반기에도 변함없는 경기 회복세를 유지해야 한다. 아쉽게도 하반기에는 경기 상승세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형적인 ‘상고하저’ 경기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경기 하방 요인들이 산적해 있는 까닭이다. 우선 역기저 효과가 작용할 것이다.

작년 상반기에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올 상반기에 깜짝 성장이 실현된 것과는 반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지수 상승폭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적으로 국내 경기 회복을 방해하는 제약 요인들도 곳곳에 잠복해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유럽경제 불안, 美中간 경제 마찰, 출구전략 실시와 같은 위험 요인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남유럽과 동유럽발 재정 위험이 유럽 금융 위기로 확산될 경우 하반기에 유럽과 세계 경기는 상반기보다 회복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美中간에 환율, 통상, 지적재산권 등 경제 마찰이 심화될 경우에 역내 환율 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통상 여건도 악화될 우려가 크다. 호주, 인도, 브라질, 캐나다 등에 이어 중국 등 주요국들의 출구 전략이 앞으로 본격화되면 이는 일시적이나마 세계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내적으로도 외화 자금 불안, 주택시장 침체, 가계부채 부담 증가,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경기 회복을 위해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우선 은행권의 단기 외화차입이 급증한 상태에서 유럽 재정 불안 등으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이 발생하면,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것이다. 주택 가격의 하락에 따르는 ‘부채 디플레이션’ 현상도 우려된다.

최근에 들어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택 시장의 수급 구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거래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부채상환 압력 증가→매물 증가→추가 가격 하락’의 부채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와 경기 부진으로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 역시 국내 민간 소비의 빠른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될 걱정이 큰 점은 이전에는 없었던 경제 불안 요인이다.

한반도 정세는 천안함 사건 등으로 향후 예측이 어려운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자칫 국가 위기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내 경제는 심각한 불안 심리에 휩싸이게 된다.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 불안과 지정학적 위험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첫째 주요국 경제와 국제 자본이동에 대한 정책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대외 불안 요인의 국내 전이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특히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다자간 통화스왑과 같은 ‘상설 통화스왑’ 체제를 추진하고 은행세 도입 등을 통해 외화 변동성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중소형 주택공급과 거래를 활성화하는 한편, 가계부채 만기구조 개선 등으로 가계부채 불안 요인을 사전적으로 제거해야 할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해소해야 한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인도적이거나 비정치적인 대북 지원 사업은 지속하고, 개성공단 사업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유지해야 하며, 6자회담 회원국들과의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성장 잠재력 확충’과 ‘고용 있는 성장’을 위한 중장기 정책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내외 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 경제특구, 자유경제지역, 기업도시 등 지역 투자 유치 정책을 통폐합하고 바이오, 환경,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新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산업의 고용 창출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국내 제조업과 정보통신 산업, 농업과 바이오 기술, 관광과 의료 산업의 결합 등 산업 융합으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이를 위한 주요 대책이다.

셋째 과학 기술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기획 과정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산,학,연 협력의 내실화가 시급하다.

넷째 노동 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와 수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직업 훈련제도와 고용안전망을 확충하여 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동시에 제고하게 되면 노동 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확충할 수 있다. 또한 산학연계의 내실화 및 중,고,대학 등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청년층이 조기에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취업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 건전성 기반을 꾸준히 확충해 나가야 한다. 예산지출의 증가율을 경제성장률과 연계하고 예산증가를 수반하는 법안이나 사업의 예산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것 등을 통해 재정 규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하경제 규모를 최소화하고, 자영업과 고소득 전문직의 세원 파악을 엄격히 하는 것 등을 통해 세수 기반을 확충하여 건전 재정의 기틀도 확립해야 한다. 결국 올 하반기 경제 운영 계획은 내년 이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장기 경제 비전을 마련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유 병 규
[전]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현]한국생산성학회 부회장
[현]국민경제자문회의 전문위원
[현]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출처 : 국회 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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