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추가 적용

 

대한항공'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국토교통부 조사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7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특히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 전 과정에 걸쳐 개입해 부실조사가 이뤄지도록 방해했다고 보고 그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검찰은 또 사건 발생 직후부터 증거인멸을 주도하고 국토부 조사를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증거인멸·강요)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와 여 상무에게 조사 내용을 넘겨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국토부 김모(54) 조사관도 구속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5일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0여분간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여성 승무원과 사무장을 상대로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하게 해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가 출발한 지 몰랐다'는 취지로 끝까지 항공기항로변경죄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출입문이 닫히면 운항이 시작되는 만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미국 JFK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당시 KE086편의 램프리턴 상황을 항공기항로변경죄의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 동영상에는 당시 게이트를 떠나 활주로 쪽으로 10m가량 이동한 항공기가 갑자기 3분간 멈춰 있다가 다시 되돌아가고, 조금 후에 재출발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검찰은 또한 국토부 조사가 진행된 지난달 8∼12일 대한항공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조작 시도에 조 전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 등 다른 직원들이 국토부 조사를 받는 내내 여 상무로부터 조사 진행 상황과 계획은 물론, 일등석 승객을 회유한 경과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그런데도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 첫날인 지난달 8일 저녁 여 상무에게 조사 상황 보고를 받은 뒤 '내가 뭘 잘못했느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리게 한 게 뭐가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나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꾸짖는 등 '지시성 질책'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은 여 상무가 박창진 사무장이 조사를 받던 국토부 조사실에 19분간 동석했던 날이다.

조 전 부사장은 또 여 상무에게 '사태 잘 수습하세요'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여 상무는 '법 저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이로 인해 부실조사라는 결과가 초래됐기 때문에 여 상무와 함께 국가기관의 조사를 방해한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를 받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에게 허위진술을 하도록 말을 맞추게 하고, 사무장 등에게 허위 경위서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번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되기 이틀 전 박창진 사무장이 작성한 최초 보고서를 삭제하는가 하면,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동안에도 부하 직원에게 남은 자료를 삭제하거나 컴퓨터 한 대를 바꿔치기하도록 시켰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일등석 무료 탑승 의혹과 국토부 공무원들의 항공기 좌석 승급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추가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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