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고문의 탈당이 11일 결국 현실화되면서 야권에 몰고 올 파장이 주목된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당의 유력인사가 전격 탈당,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야권 외곽 그룹인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야권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시기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새 리더십을 결정할 2·8 전당대회 국면과 맞물려 있어 정 고문의 탈당이 당권의 향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각 당권주자 진영별로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신당 추진이 '태풍의 눈'이 될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그 파괴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신당 추진세력이 야권내 중도 진영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로 야권 내에서 여러 차례 신당 실험과 이합집산이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도 회의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이 4월 보선에 적극 후보를 내기로 하면서 어찌됐든 야권의 분화는 불가피해졌다. 정 고문이 참여하는 신당도 이 선거가 일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야권으로선 지난해 초의 안철수발(發) 신당론에 이어 1년만에 정동영발 신당론이 강타, 또다시 분열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속도를 내온 진보진영의 새판짜기도 더욱 빨라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새 지도부의 첫 시험대가 될 오는 4월 보선 무대에서부터 야권 후보 난립 가능성으로 비상이 걸리게 됐다.  

 

국민모임은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토론회에 들어가는 한편 이르면 금주 안으로 창당준비위를 꾸릴 예정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명망가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에는 큰 선거가 없는 만큼 당장 이탈할 현역의원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지만, 추가 합류 인사들의 면면과 야권의 텃밭인 호남 민심 등에 따라 내년 총선의 길목에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천정배 전 의원도 "당장 움직일 건 아니다"면서도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해 추후 합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이번 신당 추진은 새정치연합의 전대와도 일정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굴러갈 공산이 크다.

당장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분열을 자초한 친노(친노무현)의 패권주의를 막아야 한다"며 '반문(반문재인) 전선'의 확산을 시도할 태세이다. 

 

새정치연합이 전대 과정에서 고조된 계파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뤄낸다면 신당의 영향력은 약화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당 밖의 신당론과 신(新) 당권파에 대한 당내의 반발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원심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때 안 전 대표와 가까웠던 일부 인사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이 '진보'에만 국한되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정 고문이 참여하는 신당과는 괴리가 있지만 양쪽의 흐름이 적정한 지대에서 만날 가능성은 완전배제할 수 없다.

 

윤석규씨 등 일부 신당 추진파는 전날 국민모임과 교감을 해온 함세웅 신부와 만났으며, 15일 자체모임에 이어 22일에는 참석자의 범위를 넓힌 '원탁회의'도 열 예정이다.

 

안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고문의 신당론에 "집권을 위한 대중정당이 되려면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가는 게 맞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인 뒤 "결국 우리 당이 혁신·변화를 통해 국민신뢰를 얻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일부 주변 인사들의 신당 논의에 대해선 "저는 (새정치연합의)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으로, (신당 창당파와) 따로 연락한 적 없다"며 "어떻게 하면 당을 혁신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신당의 성공 여부와 그 영향력은 신당에 어떤 인물이 참여해 비전을 보여줄지 여부와 새정치연합이 전대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제1야당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