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건설사들이 대거 분양주택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택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건설사들이 대거 분양주택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택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부동산114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민간 건설사들은 전국에서 30만8천337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민간의 분양 실적 26만9천866가구보다 3만8천471가구(14.3%) 더 많은 것이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분양 물량을 합치면 사상 최대치인 40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부동산114는 내다봤다.

물론 실제 올해 분양 실적은 이보다 적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통상 건설사들은 연초에 내놓은 목표치보다 적은 물량을 실제 분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이런 수치가 정부가 예측한 주택 수요를 웃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2013∼2022년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이 기간의 주택 수요를 연간 39만가구로 점쳤다.

특히 이런 양상은 주택경기 침체의 해법으로 '공급 축소'를 내세운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배치된다.

최근 몇 년간 주택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자 정부는 그 처방으로 수급 조절을 강조해왔다.

건설사들이 공세적으로 주택 분양에 나서는 것은 모처럼 찾아온 분양 시장의 활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 시장은 여전히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도 지난해부터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 등에 힘입어 서울 강남권, 수도권 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분양 시장에 청약이 몰리며 과열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집값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었는데 업계로선 지금이 소비자들이 관망세에서 행동으로 옮긴 시점이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분양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주력인 중동 등 해외건설 시장의 여건이 악화된 점도 건설업계가 분양에 적극적인 배경이다.

주택 공급 증가는 그 자체로 주택 경기 회복의 징후이고, 수도권의 전세난 완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자칫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미분양 물량이 다시 쌓이고 수급 불일치에 따른 집값 하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과잉이 시장의 어려움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지역별로 사정이 다를 것 같다"며 "서울 강남 인근 등 수요가 있는 곳은 나쁘지 않겠지만 수요가 없는 수도권 외곽 등은 침체나 미분양 증가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까지는 나쁘지 않겠지만 금리 추이나 거시경제 여건이 달라질 수 있고 분양 물량 누적에 따라 압력이 커지는 하반기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급을 줄인다는 정부 정책과 분양 시장 활황으로 물량이 쏟아지는 시장 현실의 미스매치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택 공급이 전세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적재적소에 공급되지 않으면 이런 순기능을 하기엔 역할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줄여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가 사실상 엇박자 나는 것"이라며 "매매 시장으로 가야 할 수요가 분양 시장으로만 이동하고 분양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계속 대기자로 남아 전세로 눌러 살면서 전세 시장 불안만 가속화시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청약통장 1순위 요건이 완화되고 청약 재당첨 제한이 없어지는 등 분양 시장 문호가 대폭 개방되면서 분양 시장이 투기성 시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을 줄이고 분양 시장을 너무 과열시키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량이 약간 많기는 해도 정부가 조절에 나설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를 건설경기가 뒷받침해주는 것도 좋고, 전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 공급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급 과잉 논란은 지역별로 나눠서 봐야 할 문제"라며 "교통 호재, 배후 지역 확대 등으로 수요가 생겨난 곳이라면 공급이 이뤄질 필요가 있고, 건설사들도 시장 조사를 거쳐 분양에 나서는 만큼 미분양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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