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의 결승골을 앞세워 개최국 호주를 꺾고 2015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에서 1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정협(상주)의 결승골을 터트린 후 기쁨의 포효를 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호주 브리즈번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대회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반 32분 터진 이정협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조별리그 3연승(승점 9)을 거둔 한국은 호주(2승1패·승점 6)를 제치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 오는 22일 멜버른에서 B조 2위팀(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우즈베키스탄)과 4강 진출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마인츠(독일)에서 한솥밥을 먹는 박주호와 구자철이 호주 선수들의 거친 반칙에 나란히 부상으로 실려나가면서 8강전을 준비하는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국에 패한 호주는 22일 브리즈번에서 B조 1위를 확정한 중국과 8강전을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감기에서 회복한 손흥민(레버쿠젠)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선발 명단에서 빼고,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우는 '깜짝 카드'를 내세웠다.

 

원톱 자원인 이근호(엘 자이시)를 왼쪽 측면 날개로 내세우고, 이청용(볼턴)이 부상으로 빠진 오른쪽 날개 자리에는 한교원(전북)을 세웠다. 

 

섀도 스트라이커는 구자철(마인츠)이 맡은 가운데 중원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마인츠)가 나섰다. 

 

포백(4-back)은 왼쪽부터 김진수(호펜하임)-김영권(광저우 헝다)-곽태휘(알 힐랄)-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포진했고, 골키퍼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나섰다.

 
호주도 '베테랑 공격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을 비롯해 좌우 날개인 로비 크루스(레버쿠젠)-매튜 레키(잉골슈타트)를 체력안배 차원에서 교체 명단으로 뺐다. 또 부상을 당한 '주장' 밀레 예디낵(크리스털 팰리스)은 출전선수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전반 초반부터 호주를 강하게 압박한 한국은 전반 5분 구자철의 위협적인 오른쪽 측면 돌파로 상대 수비진 격파에 애를 썼다. 

 

한국은 전반 16분 호주의 토미 유리치(웨스턴 시드니)의 위협적인 슈팅을 김진현이 잘 막아냈지만 전반 28분 박주호가 공중볼을 다투다 호주의 네이선 번즈의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부상당하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한국은 마침내 전반 32분 결승골을 꽂았고, 주인공은 '신데렐라' 이정협이었다 

 

한국은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가 내준 볼을 기성용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위험지역으로 투입했고, 돌파해 들어간 이근호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하게 왼발 크로스를 시도했다.

 

순간 중앙에서 쇄도한 이정협이 미끄러지며 발을 댔고, 볼은 골대 앞에서 살짝 굴절되면서 결승골이 됐다. 

 

한국은 전반 41분 코피가 멈추지 않는 박주호 대신 한국영(카타르SC)을 조기 투입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한국은 후반 초반부터 부상 악재를 또 만났다. 

전반 28분 박주호가 골중볼을 다투다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얼굴을 가격당해 교체된 상황에서 후반 3분에는 구자철이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매슈 스피라노비치(웨스턴 시드니)에게 거칠게 밀리면서 착지하다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고통을 호소한 구자철은 곧바로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손흥민(레버쿠젠)으로 교체됐다.

순식간에 주전 선수 2명을 잃은 한국은 잠시 조직력이 흔들리며 호주의 강한 반격에 잠시 고전했다. 

 

호주는 후반 26분 벤치에서 대기하던 로비 크루스(레버쿠젠)와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후반 31분 오른쪽 날개 한교원을 빼고 수비요원인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들여보내면서 마지막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고 중원을 장현수-한국영이 맡는 포지션 변화가 생겼다. 

 

수비에 중점을 둔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고, 호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일방적인 공세를 당하는 상황에서 후반 43분 '손흥민 동료' 크루스에게 단독 돌파를 허용,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지만 '거미손' 김진현이 크루스의 노마크 슈팅을 오른손으로 쳐내 실점을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한편, A조 다른 경기에서는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오만이 쿠웨이트를 1-0으로 물리치고 1승을 챙기면서 1승2패로 대회를 마쳤다. 쿠웨이트는 3패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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