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종호기자] 독일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정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ECB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지속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24일(현지시간) 대중지 빌트와 인터뷰를 통해 19개 회원국이 유로화를 단일화폐로 사용하는 체제에서 "국채 매입은 다른 정책 수단과 달리 위험을 부를 수 있다"며 정책 효과에 회의감을 표했다.

 

▲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 총재    

 

바이트만 총재는 ECB 통화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책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서 그간 양적완화 정책을 완강히 반대해 왔다. 그리스 같은 불량 채권국이 우량국으로 전이되고,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이 개혁을 지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면적 양적완화는 "유로화 사용국 중앙은행들이 가장 큰 채권자의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한다"면서 각 회원국 중앙은행을 통한 채권 매입 방식의 양적완화가 갖는 함의를 풀이하고, 국가부채가 많은 국가들의 긴축 노력과 경제개혁 지속을 강조했다.

 

독일납세자연합의 라이너 홀츠나겔 대표는 "ECB가 빠른 속도로 세계의 '배드 뱅크'들 중 하나가 돼가고 있다"고 가세했고, 토마스 마이어 전 도이체방크 수석 경제담당역은 유로 가치 하락은 수출에 유리하지만 이미 "독일 수출업자들에게마저 더 필요없을만큼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마이어 전 담당역은 "유럽은 미국과 달리 은행의 역할이 큰 만큼 ECB가 푼 돈이 은행에서 제대로 시중에 풀려나갈지가 더 중요하다"며 ECB 기대처럼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시각을 내놓았다.

 

정치권에선 좌파당 그레고르 귀지 원내대표가 "해묵은 채권을 매입할 게 아니라 경제난 국가들에 직접 투자를 늘렸어야 했다"면서 "양적완화는 은행들만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등 집권 세력들은 ECB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가져와 경제난 국가들의 개혁을 지체시켜서는 곤란하다면서 양적완화 보다는 근본적 체질 개선이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 것이라는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독일 내 최대 발행부수 신문인 빌트는 ECB가 유로화를 쓸모없게 만들어 간다고 보도하는 등 주요 언론들의 보도태도 역시 ECB의 양적완화 정책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돈다발을 쏟아붓자 메르켈 총리가 기겁하는 모습을 담은 만화를 첨부한 기사에서 독일과 ECB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ECB는 지난 22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오는 3월부터 최소한 내년 9월까지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매월 600억 유로를 시중에 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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