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중앙뉴스=신주영기자]연초부터 한 달 남짓 이어진 호남과 충청권 주민들의 호남고속철도(KTX) 서대전역 경유 갈등이 지난 5일 국토교통부의 운행계획 발표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KTX가 지나는 길목마다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고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 만큼 이번 결정으로 지자체마다 얼마나 이득을 보고 얼마를 잃었는지 손익계산이 복잡해졌다.

 

지역민의 목소리와 이익 대변은 곧 단체장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해 있는 점도 이번 파동에서 단체장들이 큰 목소리를 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손익계산에 따라 각 지자체나 단체장이 취하는 스탠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단 KTX 1단계 공사 완료로 말 그대로 '1시간33분'의 고속시대를 연 광주시는 명분만 얻고 실리에서는 사실상 챙긴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최악의 카드'를 받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증편된 물량도 제대로 못 챙기고 그나마 광주∼대전을 오갈 이용객은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호남권과 대전·충남권 주민들이 남도행 여행 때 겪어야 할 공통점도 불편이다.

여기에 일부 편수를 이른바 스위치 백 방식으로 광주역까지 진입하려던 계획은 운행계획에서 아예 제외되면서 물 건너갔다.

 

광주역 진입 무산으로 북구와 동구 등 광주역을 이용하는 지역민과 해당 지역 정치권의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북구지역에서는 광주역 공동화 우려에 따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윤장현 시장은 정치적 리더십이 훼손됨은 물론 광산과 북구 등 관련 지자체의 이해관계까지 중재해야 하는 고민까지 떠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시장의 국토부 발표 '환영' 코멘트는 대승적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하지만 너무 안이하게 상황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시장은 지난 6일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호남의 눈물이 분노의 눈물이 돼서도 안 되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돼서 호남권과 충청권의 지역대결 구도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전

체적인 취지는 '환영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 균형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정부나 열차 운영을 책임지는 코레일 입장에서 대전권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면 처음부터 전략을 잘못 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있다.

 

즉, 증편 물량 일부를 서대전역 경유로 양보하고 광주역 진입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KTX 광주역 진입은 광산구의 반발에다 37분 추가 소요, 안전상 문제 등 다소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 등으로 광주시가 소극적으로 대처한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있다.

 

또 광주시 입장에서는 대놓고 광주역 진입을 이슈화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호남선과 전라선의 종착역인 목포와 여수를 안은 전남도도 증편 물량이 결국 서대전역 구간으로 넘어간 만큼 사실상 챙긴 실리는 거의 없다는 평가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호남고속철도 이용자 증가 예측에 걸맞게 서울∼광주 간 직행편수를 늘렸는지, 대전∼광주 구간 이용자들의 불편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의 과제는 남아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전북이 그나마 표정관리라도 가능한 점수표를 받아들었다.

호남선과 전라선의 분기점에다 서대전발 KTX의 종점이자 회차지 역할까지 안았기 때문이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역의 여망대로 서대전을 거치지 않고 빠르고 편리한 노선으로 호남 KTX 운행이 이뤄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호남 KTX 개통 이후 다른 교통수단에서 KTX로 수도권과의 통행수요가 대폭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있다.

 

코레일은 애초 신선을 이용해 서울∼광주 송정을 오가는 KTX를 현재 44회에서 56회로 12회 늘리고, 서울∼여수를 오가는 전라선은 18회에서 26회로 8회 늘리겠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그러면서 기존 서울에서 출발해 서대전∼계룡∼논산∼익산을 거쳐 광주 송정·목포까지 가는 KTX도 18편(전체의 22%) 운행하겠다고 계획했다.

 

이에 호남권과 충북 등이 반발하자 결국 국토부는 용산∼광주∼목포, 순천∼여수까지 가는 호남선과 전라선 KTX를 신설 고속철을 이용하고 증편 물량 18회는 기존 서대전역을 거치고 대신 익산역까지만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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