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박사


 노화(老化) -원숙한 삶 /  김영철

 

 
요즈음 아침마다 세수하며 거울을 보며 실체적으로 느끼는 것이 늙는다는 것 즉 노화(老化)이다.
눈가에 주름의 수는 늘어가는 대신, 앞 머리카락의 수는 점차로 줄어들고 있음을 본다.

 

 
주위의 아이들이 어느덧 성장하여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하여 불쑥 나타날 때,
전에는 쉽게 할 수 있던 운동 자세가 힘들게 느껴질 때,
동기 모임에서 의치나 임플란트를 한 사람들이 많아짐을 볼 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보이던 친구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더욱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된다.

 

 
의식주 등 생활환경의 개선과 질병에 대처하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현저히 늘어났다.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이십대를 넘지 못했다.
프랑스 혁명 시대에 삼십대 중반, 19세기 말에야 겨우 사십대 중반에 이르렀다.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이 팔십 중반에 도달하게 되었다.
앞으로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점차 길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 생명과학 연구소에서는 2020년에 태어나는 사람은 12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2150년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150세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노화를 늙어서 점차로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육체적으로는 비록 쇠퇴할지라도 정신적으로는 더욱 원숙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행복한 노후생활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
수필가인 피천득님의 글 중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을 소개해 본다.


“ 백발이 검은 머리만은 못하지만 물을 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온화한 데가 있어 좋다. 때로는 위풍과 품위가 있기까지도 하다.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천하고 추한 것이다. 젊어 열정에다 몸과 마음을 태우는 것과 같이 좋은 게 있으리요마는, 애욕 번뇌 실망에서 해탈되는 것도 적지 않은 축복이다. 기쁨과 슬픔을 많이 겪은 뒤에 맑고 침착한 눈으로 인생을 관조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노화란 체세포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점차 쇠퇴하는 상태를 말하며, 죽음이란 세포기능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를 말한다.
노화는 놀랍게도 20세부터 서서히 시작되어, 40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의 실체는 선천적, 후천적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인체의 세포에 작용하여 진행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노화를 지연시켜 장수에 성공하는 비법은 개개의 세포에 있다고 본다. 우리 몸은 약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각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핵심요체이다.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좋게 하기 위한, 유전자적 차원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포야말로 생명의 원형이므로, 세포가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신체의 모든 기관들도 그 기능을 더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고, 그 총체적 구성체인 사람은 더욱 오래 살게 된다.
 
노화의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텔로미어 이론, 활성산소 이론, 내분비계 노화이론을 들 수 있다.
텔로미어(telomere) 이론에 의하면, 염색체 끝에 연결된 일련의 핵산으로 구성된 텔로미어가 염색체를 보전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분열시 마다 점점 짧아져서, 세포의 일부분이 제대로 복제되지 않아 노화가 일어난다는 가설이다.
팜스프링스 생명연장 연구소에서는 텔로미어가 텔로미라제라는 효소에 의해서 보호되기 때문에 이것을 인공적으로 투여하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활성산소 이론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데, 생체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산화과정의 부산물로 생성된 것이 유해산소인 활성산소이다. 활성산소는 세포막, 염색체, 단백질 등을 변형시키고 손상을 준다. 노화를 비롯하여 암, 동맥경화증, 심장병, 치매 등 각종 성인병도 활성산소의 과잉생산으로 발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내분비계 노화 이론에서 의하면, 20대 후반부터 이미 노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여성에서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서 여성홀몬 분비가 감소하여 폐경기 증상을 초래한다. 남성에서도 여성에서와 같이 현저하지는 않지만 남성 홀몬의 분비 점차 감소하여 소위 말하는 남성 경년기가 온다. 성장 홀몬도 60대에서는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여 근육이 약해지고 지방이 많아져서 체력이 떨어지게 된다.

 

 
항노화 치료제

 


항산화제


세포에서 영양소로부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활성산소라는 해로운 물질이 생긴다. 이 활성물질에 의한 손상이 조금씩 몸에 쌓이다 보면, 세포와 조직, 기관의 파괴를 불러와서 늙게 된다. 이런 독성 산소를 제거하여 노화 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 항산화제이다.
인체에서 생성되는 항산화제에는 Superoxide dismutase (SOD), 멜라토닌, 코큐텐 등 몇 가지가 있다.
비타민 C와 E(토코페롤), 베타카로틴(비타민 A), 레티놀, 셀레늄 등은 음식을 통해서 얻어진다. 비타민 C가 가장 널리 알려진 항산화제로서 일부학자들은 하루 6G 이상의 대량 요법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하루 1G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감기 등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는 20G 정도  대용량의 주사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


20대 이후부터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여, 65세 이상 성인의 약 삼분의 일에서 성장 호르몬 결핍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성장 호르몬을 보충하면, 근육의 부피와 근력을 증가시키고 지방을 분해하고, 골밀도를 증가 시킨다. 또한 활력이 생기고, 우울증과 불면이 개선되고, 성기능도 좋아진다. 그러나 활동성 암이 있는 환자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증식성 망막증이 있는 환자는 사용할 수 없다. 주 일회 주사하는 제품(예, 디클라제 3MG)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항노화 식품


토마토(라이코펜 성분. 강력한 항 산화작용),
녹차(비타민 E의 200배, 비타민 C의 10배에 해당하는 강력한 항산화력을 가진 카테킨 함유),
마늘( 식물성 항암 성분 함유),
등푸른 생선과 연어(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오메가 3 함유),
동충하초(면역기능을 강화하여 항암 항균 작용),
홍삼(혈액순환 증진과 노화 방지 효과),
시금치(지용성 비타민 ADEK 풍부),
땅콩(리놀렌산과 아라키돈산 같은 필수지방산인 불포화지방산 함유),
귀리(세포의 면역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인터루킨, 인터페론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베타글루칸 함유),
브로콜리(암세포들을 저해하는 효과, 헤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억제),
블루베리(항산화. 노화방지. 시력개선 효과),
레드와인(혈관확장제 역할로 협심증과 뇌졸증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 감소, 항암 성분인 폴리페놀 함유,  레드와인의 숙성 과정을 통해 재형성된 안토시아닌 종합체는 4~5배 이상 강력해진 항산화 작용을 보인다. ) 등이 있다.


항노화의 왕도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균형 잡힌 식사를 과식하지 않고, 매일 한 시간씩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술과 담배를 절제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다.
 
일본의 건강습관병예방협회 “이케다 요시오” 이사장은,
건강을 위한 최고의 습관은 일무(一無) 이소(二小) 삼다(三多)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일무는 무연(無煙)으로 담배를 끊는 것이고, 이소는 식사량을 줄이고(小食), 술을 적게 마시는(小酒) 것을 말한다. 삼다는 다동(多動), 다휴(多休), 다접(多接)으로서, 많이 활동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가능하면 많은 사람과 접촉하라는 뜻이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장수건강 5계명”을 소개한다.
1. 매사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아름다운 삶을 갖자.
2. 지적, 정서적 활동을 통한 뇌기능을 유지하라.
3.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다져라.
4. 고른 영양섭취는 건강의 기초다.
5. 정기 검진으로 병을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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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시인 (필명: 김세영)
한국의사시인회 회장, 시산맥시회 고문, 성균관의대 외래교수
시집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물구나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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