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전세난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가 설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연초부터 전셋값이 급등하고 주택 매매 거래도 늘면서 내 집 마련 무주택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가격을 생각하면 집을 사고 싶은데 지금 당장 구입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전세난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가 설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주택구입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특히 다음 달 청약제도 개편을 계기로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낼 것으로 보여 청약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 2007년 이후 설 지나면 매매보다 전셋값 많이 올라

통상 설 연휴가 끝난 뒤에는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가격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15일 부동산114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설 이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전세가격은 8년 가운데 6년 동안 설 연휴가 끝난 뒤 가격 상승폭이 커졌다. 

 

2009년의 경우 설(1월26일)이 있던 1월 전셋값이 0.30% 하락했으나 2월에는 0.64% 올랐고, 2013년에는 설(2월10일)이 있던 2월에 0.35% 올랐으나 3월에는 0.44%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설(1월31일)이 낀 달보다 그 다음달인 2월(0.81%)의 상승폭이 컸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세시장은 일반적으로 학군수요의 경우 12∼2월 방학시즌에, 신혼부부 수요

는 3∼4월 봄 이사철에 많이 움직인다"며 "최근엔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한겨울에 서둘러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설 이후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패턴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매는 약간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사기간 8년 동안 설 연휴 다음 달 매매가격 상승폭이 커진 경우는 2008년과 2009년, 2014년 등 세 번뿐이다. 

 

2009년은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쇼크 이후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설이 낀 2월 0.32%, 다음 달인 3월에 0.57%로 오름폭이 커졌다. 지난해는 2013년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 통과 직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이 있는 1월 0.05%에서 2월에는 0.33%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부동산114 김은진 팀장은 "2009년이나 2014년처럼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시기는 대체로 설 이후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매 가격 변동은 설 명절이라는 계절적 영향보다는 정부 정책이나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화가 쉽지 않다.

 

설 연휴가 2월 중순 이후로 늦어진 해는 설 전에 미리 집을 사려는 수요들로 인해 1월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 전세난에 매매 전환 늘 듯…무주택자, 저금리 대출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올해 설 이후에도 매매·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세난이다.

 

서초구, 강동구 등지에서 촉발된 재건축 이주가 서울 외곽과 인근 하남·용인·광명 등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전세의 매매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의 3.3㎡당 1천만원 이하의 다세대·연립까지 팔리고 있다"며 "최근 주택시장의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은데도 주택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전세난으로 인한 매매 전환 수요 증가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7만9천여건으로 2006년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설 연휴가 낀 이달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태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13일 현재 주택거래량은 총 4천18건으로, 보름이 채 못돼 이미 지난 1월 거래량(6천868건)의 과반(58.5%)을 넘어섰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최근 주택거래량이 작년 12월부터 이달까지 이어지면서 방학수요가 빠지는 3월에는 거래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재건축 이주로 전세난이 해결될 조짐을 보

이지 않고 있어 전세난에 따른 매매 전환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이후 청약시장도 변수다. 이달 27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는 수도권의 청약 1순위 자격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면서 청약 열기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도 설 이후 분양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전세난에 따른 매매전환과 청약 열기까지 더해질 경우 주택시장에 '쌍끌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다음 달 예정된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5만5천여 가구로 올 한해를 통틀어 최대치가 쏟아진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설 이후에도 주택 구입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고 말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주택시장에 거래는 많지만 집값이 오르면 구매하지 않고, 다시 가격이 떨어져야 구입하는 실리적인 구매패턴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주택 구입에 나설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크게 오르진 않아도 저금리와 정부 정책 등에 힘입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무주택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민간택지 분

양가 상한제 폐지로 분양가가 오르면 인근 집값을 들쑤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서둘러 주택을 구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리한 대출을 끼고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고, 내년 이후엔 오피스텔이나 지방 아파트 등에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며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며 "종잣돈이 부족한 사람은 정부의 디딤돌대출이나 3월 중 선보일 2% 고정금리대출, 1% 공유형 모기지 대출 등을 싼 이자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분양을 대거 쏟아낼 것"이라며 "목돈이 없는 사람은 입지여건이 좋은 재건축 일반분양분이나 신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규 청약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