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논란에 휩싸였던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이 24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예술감독이 지난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5 사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 하는 모습.

[중앙뉴스=신주영기자]자격 논란에 휘말렸던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2일 예술감독에 임명된 지 53일 만이다.

 

한 예술감독은 취임 직후 계속된 오페라계의 사퇴 요구에도 자리를 유지할 뜻을 분명히 밝히며 의욕을 보였으나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논란 속에 도전적인 의욕보다 좌절감이 크게 앞서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며 돌연 물러날 뜻을 밝혔다.

 

앞서 오페라계는 한 예술감독의 내정 단계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의 임명 직후부터 한 예술감독이 전문성과 경륜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며 사퇴와 임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문체부는 한 예술감독이 "현장 경험이 많아 세계 오페라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임명 이유를 밝혔지만, 오페라계는 예술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만할 이렇다 할 경력이 없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한 예술감독은 충남대 성악과를 잠시 다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베르디국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갔고, 이후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야외 페스티벌이나 독창회 등 무대에서 활동했다. 오페라 제작 경험은 없다.

 

이에 대한민국민간오페라연합회·예술비평가협회 등 일부 단체는 '한국오페라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여론전까지 벌였다. 이같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능력을 보일 기회는 준 다음에 평가하자는 의견들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한 예술감독이 문체부에 제출한 이력서에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경력을 실제보다 1년 길게 기재한 것이 확인되면서 비대위는 그를 사문서 위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비대위는 여기에 추가로 한 예술감독을 상대로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임명권자인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예술감독의 개인사와 임명 과정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 또한 무성했다.

한 예술감독이 이날 사의를 밝히면서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 피로감", "가족들의 상처" 등을 언급한 배경이다. 

 

그러나 한 예술감독은 내달 12일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첫 공연을 앞두고 설연휴에도 업무에 매달리고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할 의사를 밝히는 등 어느 때보다 의욕을 보였던 터라 이날 사의 표명은 다소 갑작스럽다. 이 때문에 이면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한 예술감독이 사전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며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사표가 제출되면 검토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사의가 수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김의준 전 단장이 물러난 이후 9개월간 수장 없이 운영되다 한 예술감독을 새로 맞았던 국립오페라단은 다시 한번 컨트롤타워 공백을 겪게 됐다.

 

또 한 예술감독 취임 후 논란이 계속 된 것은 물론 사의 표명 과정도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문체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오페라계는 그동안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해 국립예술단체 단체장을 임명하는 데 있어 문체부의 검증절차가 미흡하고 투명성도 부족하다며 이번 논란도 정부의 '밀실 인사', '불투명한 인사시스템'이 낳은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장은 "앞으로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예술단체의 장을 맡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한 예술감독) 본인도 의욕은 있었지만 벅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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