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위원장석 점거→질서유지권 발동→토론 끝 산회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개정 문제로 파행을 겪었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5일 가까스로 개의돼 논의를 이어갔다.

당초 행안위는 전날(24일) 전체회의에서 야간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로 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이에 반발해 위원장석을 점거하면서 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민주당은 모든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자정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는 주거지역과 학교, 군사시설 주변 등에 한해 선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야간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민주당의 위원장석 점거 상황은 이날 오전까지 이어졌고, 한나라당 소속 안경률 위원장이 이를 해제하기 위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 회의장 주변에 경위들이 배치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이후 여야는 회의실 안에서 협상을 열어 이날 집시법 개정안을 상정, 토론은 하되 강행처리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고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즉각 농성을 풀었다.

결국 오전 10시 30분경 행안위 전체회의가 개의됐지만, 여야는 파행의 책임 소재와 질서유지권 발동의 적법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어제 위원장석에서 '날치기 시나리오'를 발견해 날치기를 막기 위해 위원장석을 점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당 문학진 의원은 "안경률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국회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집시법을 강행처리 하고자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집시법 관련 토론을 하자는 여러 제안이 있었는데 민주당의 기피로 무산됐다"면서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자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맞받았다.

집시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안공백 사태가 우려된다며 법 통과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의 대안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집시법이 야간 옥외집회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한 과잉 조치라는 결정에 따라 야간 집회를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무제한의 자유는 아니다. 불법·폭력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지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야간이라는 특별한 시간대에 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을 헌법불합치라고 하는데, 이것을 또 다시 밤11시로 좁히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보나마나 불합치 판결이 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과거에는 일정 요건의 사전 허가 요구를 갖추면 야간 집회를 할 수 있었으나, 한나라당 안은 그 시간 전체 동안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므로 고쳐야 할 현재 집시법 보다 더 개악된 안"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정수성 의원은 "많은 불법·폭력 집회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시적으로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시행해 보고 시민의식이 성숙된 후 재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토론으로 진행됐으며 여야는 향후 절충을 위해 계속 협의키로 하고 산회했다.

(뉴스웨이 제공/윤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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