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난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서도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경기를 반영하는 광공업 생산이나 소매판매가 작년 12월 대비 감소세로 전환한 데다 전날 발표된 2월 수출 실적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감소하는데 내수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나온 불황형 흑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하해야 한다.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수출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좋지 않고,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산업 생산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 문제는 환율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 수출기업들이 2012년 6월부터 원화 절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출증가율 1% 방어와 경제성장률 3%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다.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낮추고 환율은 올려 자본유출에 대비하는 등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2월에 구정 특수가 있어 1월에 특별히 산업생산지표가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산업생산지표가 좋지 않은 건 극도의 소비위축에 따른 결과라고 봐야 한다.

 

내수는 악화하는데 35개월째 경상수지가 흑자인 것은 불황형 흑자가 확대된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이유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걱정되는 수준에 이르렀고, 한은에서는 금리인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쓰는 바람에 한은이 금리인하에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다.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저금리로 환율을 높이려는 상황이다. 한은이 1,2월 산업생산지표가 악화해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간다면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본다.

 

◇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연구위원

 

작년 10·11월에 좋지 않았던 지표들이 12월에 살짝 고개를 드는 모습이었지만 올 1월에 다시 주저앉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다소 높아졌다가 다시 조정받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작년부터 회복세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진한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출도 좋지 않았다. 석유화학 분야는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제조업 분야가 좋지 않은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를 보면 흔히 말하는 대로 불황형 흑자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수출과 수입이 같이 빠지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빠지기 때문에 생기는 숫자(흑자)라서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저유가가 워낙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어서 숫자가 너무 크게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석에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한은에 금리인하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금리는 추가로 내리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된다. 인하 효과가 없기 때문에 버틴다는 것도 이상하다.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았느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경기 흐름이 좋지 않게 지속하고 있는데다 물가도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근 연구위원

 

경제 전반적으로 회복세가 미약하다.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다만, 선행지수들이 미약하게나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회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 생산지표만을 두고 비관적인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수출도 물량 자체는 많이 감소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러시아에 자동차 수출이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대외경기가 많이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안심리가 남아 있고 소비도 아직 억눌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동행지수가 미약하게 기어가는 상황이 2013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치고 올라갈 만한 상황이 없다. 한은이 앞서 금리를 낮췄음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향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려도 필요한 곳을 돈이 가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내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기 전에 우리가 금리를 낮출 기회는 한 번쯤 더 있겠지만, 금통위가 기술적으로 어떤 판단을 할지에 달렸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12월 산업활동동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증대시켰는데 1월 들어 다시 떨어졌다. 생산은 내수소비, 수출, 재고 등 세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중요한 내수소비와 수출 양쪽이 부진하게 나타났다.

 

2월 수출은 조업일수 단축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좋은 상황은 아니다. 내수도 가계소득 미증대 등 여러 구조적인 영향으로 부진하다. 결국 내수·수출의 동반 부진이다. 기조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는 국내 경기 사이클 상 회복이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같은 종합지표는 현 경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경기는 'L자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이를 타계하기 위해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국으로서는 딜레마에 놓인 상태다. 금리 인하를 하자니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는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기가 더 악화하면 가계부채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

 

12월에는 산업생산이 증가했는데 연말 실적달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생산을 늘리는 연말효과가 있었다. 1월 지표 하락에는 이런 연말효과가 해소된 것이 반영됐다고 보여진다. 1월 광공업과 공공행정 부문이 안 좋았는데 이런 요인이 작용했다.

 

다만, 연말효과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1월에는 작년 하반기 나타났던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경기부양 기조가 강화될 것이다.

 

기준금리 추가인하 압박도 이어질 것이다. 물론 금융통화위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다. 1월 생산과 수출 지표를 보면 1분기 성장률이 기대만큼 좋지는 않을 듯하다. 한국은행 전망치도 하향 조정 요인이 커졌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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