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업체를 장기간 이용하게 되는 대표적인 예는 휴대폰이다.

2004년 번호이동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졌는데, 통신사 간 뺏고 빼앗는 경쟁이 심화되자 일정기간 사용키로 약속하고 혜택을 받는 약정방식도 생겨났다. 그런데 휴대폰과 달리 아무런 제약도 없고, 회사측과 매달 마주칠 까닭이 없음에도 이동하기 더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자동차제조사다.

중고차사이트 카즈가 각각의 제조사를 사용중인 30대 남성운전자 5명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한 결과, 다음 차를 살 때 지금과 같은 자동차제조사를 선택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3명, 마음에 드는 신차가 나온다면 제조사는 관계없다고 답한 사람이 2명이었다. 이 2명도 마음에 드는 신차가 없을 경우 현재 제조사에서 옮길 생각은 없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로는 현재 자동차의 품질에 대해 만족하거나 마땅히 불만이 없는 상태를 꼽았다.

중고차감가율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인 제조사의 운전자들은 “중고차로 되팔 때의 가격이 단점이긴 하지만, 차의 품질이나 A/S등에 대한 불만은 없기 때문에 딱히 옮길 생각은 없다”, “ 오히려 중고차로 구입한다면 동급의 차량이 타 제조사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더더욱 같은 제조사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국내의 자동차 교체주기는 평균 5~7년으로, 후속 신차가 출시되는 주기와 비슷하다. 평균 2년을 사용하는 휴대폰에 비해 3배 가량 긴 시간인데, 통화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휴대폰과 달리 자동차의 품질은 안전도는 물론 차량유지비로도 직결된다. 따라서 자동차제조사를 이동하느냐, 지속하느냐의 문제를 좌우하는 것은 자동차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어떤 방법으로 현재 고객을 유지하고 있을까? 이동통신사의 이동이 잦은 이유는 장기간 사용고객에게 제공되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데에 있다. 장기고객 요금 할인혜택이나, 적립되는 포인트는 연간 납부하는 통신요금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쌓이는 불만이 많은 것이다. 특히 신규고객 유치에만 큰 혜택을 부여하는 이동통신사의 태도는 기존 고객을 서운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자동차업계는 재구매 고객에 대한 혜택도 놓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회 이상 재구매 고객부터 A/S센터나 부가서비스 이용 시 현금처럼 사용 할 수 있는 10만원 가량의 포인트와 월별 해당되는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르노삼성과 GM대우 차종별, 재구매 횟수별로 10~50만원까지 차등 할인하며, 마지막으로 쌍용차는 로열티 혜택이라는 명칭으로 50~100만원 할인한다. 이는 신차 할인조건을 적용 받고,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장기고객에 대한 혜택이기 때문에 심리적 만족을 더해준다.

각종 혜택으로 고객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고객이 자진해서 다시금 돌아오게 만들기 위한 최우선은 품질에 대한 끊임없는 개발과 개선일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더더욱 깊이 새겨야 할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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