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도입된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3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 보호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아직까지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업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도입을 앞두고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련 인력도 확충하는 등 특허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특허권자 이의제기하면 9개월간 제네릭 판매금지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 의약품업체의 특허권 행사와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허가를 연동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제약사는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허가나 효능·효과에 관한 변경허가를 신청할 때 허가를 신청한 사실, 허가신청일 등을 특허권자에게 통지해야한다.
특허권자는 이러한 통지를 받은 후 이의가 있으면 특허소송 등을 제기는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판매금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제네릭 의약품은 통지 시점부터 9개월간 판매가 금지된다.
종전에는 오리지널 특허권자가 제네릭 업체에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이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승소했을 때만 판매를 금지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법원 판결 없이도 판매금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오리지널 특허를 보유한 미국 대형 제약사에게 유리하고 제네릭 위주인 국내 제약사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다보니 도입 당시부터 업계의 반발이 거셌고, 시행도 3년 유예됐다.
유예기간 만료를 두고 관련 약사법 개정안도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 과정에서 판매금지 기간이 당초 1년에서 9개월로 축소되기도 했다.
일종의 보완책으로 마련된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도 논란 끝에 도입이 확정됐다. 제네릭업체의 특허 도전을 장려하기 위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최초로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업체는 9개월간 독점적 판매권을 부여받게 된다.
◇ 국내 제약사 특허소송 급증
3년의 준비시간을 가진 국내 제약업계는 특허 도전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오리지널 특허권을 남들보다 빨리 무력화시키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제도 시행을 앞두고 특허소송도 급증했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이 등재목록 대상 특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대형사(연매출액 2천억원 이상)가 79건, 중소형사가 169건으로 총 248건에 달했다. 2013년 38건에 비해 6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더욱 늘어날 특허소송에 대비해 녹십자가 지난해 변리사를 별도로 채용하는 등 특허나 법무 인력을 확충하는 제약사들도 늘고 있다.
유예기간이 있긴 했지만 새로운 제도라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궁금증이나 관심도 여전히 큰 상태다.
식약처와 특허청은 한국제약협회의 주관으로 오는 6일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특허심판제도, 국내외 특허분쟁사례 등에 대해 폭넓게 설명하는 자리다.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150여개 국내 제약사와 30여개 다국적 제약사가 앞다퉈 참가 신청서를 내면서 접수가 조기에 마감됐다.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는 5일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국내 제약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또하나의 시험대"라며 "특허소송 전략으로 제네릭 1위업체가 된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의 성공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제약사들도 발전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되면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는 회사들과 제네릭 의존도가 큰 회사들이 더욱 차별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