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여당이 일자리 늘리기에 이어 임금 인상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제시하자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정부 여당이 일자리 늘리기에 이어 임금 인상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제시하자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시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에 고용 증대를 제쳐두고 임금 인상에 나서야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이미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규제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 등을 통해 고용창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부담스런 과제를 기업들에 제시한 것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노동시장내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노동시장으로 신규 진입하려는 청년층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13년 8.0%로 전체 실업률(3.1%)의 2배를 넘는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고용창출과 임금상승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1980년대 고성장 시기에는 가능했다"며 "지금같은 경제여건하에서 기업에 두개의 목표를 동시 달성하라는 요구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CEO스코어 분석으로는 2013년 대기업집단의 1천554개 계열사가 매출과 이익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국내 직원을 142만8천550명으로 전년보다 4.6%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자영업자로 대표되는 영세·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은 경영위기를 초래하고 은퇴한 고령층의 재취업 기회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최저임금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한 이후 대량해고 사태가 나타나면서 해고된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분석으로는 2013년 10월 기준으로 25만명의 경비직 근로자 가운데 4만∼5만명이 해고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은 2001년 이후 연평균 8.9%의 고율의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제의 주된 적용 대상인 중소기업와 영세 자영업체들에겐 불투명한 경기상황과 함께 인건비 상승이 큰 부담이 된다. 최저임금 상승은 다른 근로자의 임금을 동반 상승시키고, 임금과 연동된 사회보험 등 간접인건비 상승까지 불러오기 때문이다.

 

또 은퇴후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자영업 창업에 몰리면서 과당경쟁이 유발돼 영세·소상공인의 소득불안과 체감경기 악화의 원인도 된다.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에 따라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근로자도 2000년 5만4천명(전체 근로자의 1.1%)에서 2014년 256만명(14.5%)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현실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만 있다면 최저임금 수준 이하에서도 일하겠다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 자체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3년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55∼79세 고령자 가운데 장래 근로희망자가 원하는 월평균 임금 수준은 50만원 미만이 8.4%, 50만∼100만원이 24.0%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의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근로자 생계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당초 목적을 벗어나 오히려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등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간부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사실 대기업들과는 큰 관련이 없다"면서 "단기적인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근로자의 임금상승이 현실적으로 대안이 되겠지만 이는 경제정책 방향의 전환을 전제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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