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BI가 산정한 범죄율을 기준을 근거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는 일본으로 나타났다. 대만과 홍콩에 이어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뽑혔다. 그런데 현직 주한미국대사가 서울에서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모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특강을 하 기 전 조찬을 하는 자리에서였다. 전 세계의 매체들이 이 사건을 특종으로 보도하여 한국이 아주 위험한 나라인양 알려지게 되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CNN도 이 사건을 특종(Breaking News)으로 다루었다. 여기에 전 주한 미국 대사였던 크리스토퍼 힐 대사의 인터뷰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은 그가 주한 대사로 재임 시 대사관에서 매일 자유롭게 혼자 걸어 다니며 점심을 먹어도 아무 일이 없을 정도로 안전한 곳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평가 받는 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범죄율을 기준으로 안전도에서 세계 88위인 미국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아주 명확하다. 한국에서는 일상적인 일들이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고자 한다.

 

우선 한국에서는 밤에도 어느 곳이나 큰 위협을 느끼지 않고 길을 걸어 다닐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해가 지면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목숨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상상인들은 장사를 끝내고 집에 갈 때 모든 상품과 도구를 간단한 천막 정도로 덮어 놓고 들어간다. 미국에서는 그 이튿날 보면 그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도 많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건을 배달하는 트럭들이 밤이면 주차를 한다. 음료수 박스가 그냥 열려 상태로 트럭 덮게도 덮지 않고 그냥 퇴근한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의 택배회사 트럭기사는 물건을 아파트에 배달하면서 뒷문을 그냥 닫아 놓거나 아예 열어 놓고 꼭대기 층까지 승강기를 타고 물건을 배달한다. 미국에서는 택배 트럭에 물건들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흔한 일들이 미국에서는 신기하고 놀랄만한 모습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없는 나라는 없다. 테러는 이념적인 갈등, 종교적인 갈등 그리고 개인적인 살인 등 그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국에서도 개인적인 테러는 무수히 많이 발생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각종 살인 사건도 일종의 테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주한 미국 대사 테러사건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파장이 미묘하게 퍼지고 있다. 이번 사건도 한 정신이상자가 세계적인 유명 인사를 상대로 벌인 테러행위로 치부해버리면 간단하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간단치가 않다. 미국대사를 상대로 일어난 일이기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그것도 우리와 동맹관계에 있고,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경찰역할을 하는 미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번 테러사건은 자칫 정치적인 사안으로 발전할 소지가 충분하다. 더 나아가 국민들의 이념 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테러를 행한 범인의 이력을 볼 때 충분히 그런 개연성을 내재하고 있다.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다든지 혹은 그가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듯 보이는 내용들을 보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차차 검찰이 철저히 수사를 하여 분명한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다.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공들여 쌓아 놓은 국가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다는 점이다. 자세히 언급을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까지 국제관계에서 수많은 질타와 무시를 견뎌야만 했다.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정치가 안정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도 급속도로 높아졌다. 더불어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루면서 이제 선진국 대열에 올라가는 상태이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 선진국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위치가 되었는데 말이다.

 

만약 이번 사건이 개인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밝혀진다면 자칫 이념 논쟁으로 비화하여 국민들이 분열하여 싸우는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라도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상황이 진행되어서도 안 된다. 더구나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국민들을 분열로 유도하는 세력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

 

모든 일들을 아무리 긍정적인 시각으로 본다고 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행사의 격에 어울리지 않게 복장이 특이한 범인이 어떻게 식장에 입장했는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전력으로 볼 때 피의자는 매우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을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이윤범 교수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