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종호기자] 삼성물산 직원들이 주주총회를 앞둔 날 새벽부터 소음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을 미행, 감시하고 다른 계열사 노동조합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조직적으로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14일 삼성물산 직원 20여명이 사찰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렸던 지난 13일 삼성물산 고객만족(CS)팀 27명이 모인 직원 단체 카톡방에는 소음관련 민원인을 미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대화 내용이 드러났다.

 

대화 내용에는 민원인의 집에 불이 켜진 시각과 민원인의 옷차림, 주주총회장으로의 이동 경로 등이 상세하게 공유됐다. 민원인은 이날 주주총회장에서 소음관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같은 카톡방엔 삼성이 삼성테크윈 노조 조합원을 사찰한 정황도 밝혀졌다. 삼성그룹이 삼성SDI 등 계열사 노조에 대한 미행과 감시, 도청을 일삼으며 불법적인 탄압을 해온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톡방엔 오전 7시48분, "윤종균 삼성테크윈지회장 등 노조 간부 8명이 테크윈 주총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 도착해 피켓시위 준비 중"이라고 보고됐다. 

 

삼성에서 한화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 간부들의 실명이 올라왔고, 그 후 노조 최모 감사 외 1명이 위임장 소지 후 삼성전자 주총장에 들어선다는 글도 이어졌다.

 

삼성 직원들이 지하철역과 요소요소에 진을 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 상황은 카톡방에서 공유됐다.

 

삼성 계열사 주총이 일제히 열린 이날 사측이 소음피해 민원인과 테크윈 노조원을 사찰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삼성테크윈지회 측은 "그간 미행받는 느낌을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물증이 없었다"며 "노조 움직임이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15일 오후 3시 반께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리고 "임직원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무엇보다 당사자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즉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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