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회사․단체․사회․국가의 구성원들의 취약점 중의 하나가 대화에 서툰 점입니다. 대화의 기본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입니다. 먼저 잘 들어야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대화가 시작되면 먼저 말하려 들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잘 듣지를 못하니 그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먼저 잘 듣는 사람이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는 특히 가정․회사․단체․사회․국가의 지도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듣기에 능하여야 합니다. 잘 듣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좋고 상황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어 실수가 적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마음을 얻습니다.

 

여러분은 서로 대화와 소통을 할 때 얼마나 상대에게 집중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읽도록 노력하며 대화와 소통을 하고 계시나요? 서로간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할 때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화와 소통을 하였나 반성해 보신적은 있으신지요? 서로 대화를 할 때 귀를 막고 자기말만 하기 때문에 대화와 소통이 될 리가 없죠... 그래서 모든 인간관계에는 경청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신이 인간에게 한개의 입과 두개의 귀를 준 것은 말하는 것보다 두배이상 들으라는 뜻입니다. 듣는것이 안되면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 지지 않으니 소통은 입이 아니라 귀로 시작합니다.

 

귀를 열어야 마음이 열려 대화와 소통이 됩니다.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대화와 의사소통을 위한 첫 단계는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입니다. 경청은 단순히 자신이 말을 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로지 말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은 잊어야 합니다. 당신을 비판하는 상대방의 관점에 동의하게 되든 아니하든, 일단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은 당신에게 배울 기회를 가져다 줍니다. 좋은 말도 여러번 들으면 짜증이 나는데 싫은 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으니 경청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받아 들이는 자신의 노력․인내․참을성․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입을 통한 설득이 아니라 귀를 통한 경청이랍니다. 경청으로 성공한 사람은 많이 있지만 재상으로 무려 20여년 이상을 있으면서, 태종으로부터 세종∙문종에 이르는 3대를 내리 섬겼던 황희 (黃喜, 1363 ~ 1452)정승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특히 태종과 세종은 대신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되면 ‘황희 정승의 말대로 하라’며 그에게 두터운 신뢰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는 편견없이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심혈을 기울이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 명재상으로서 임금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황희 정승은 젊은 시절 아래의 ‘누렁소와 검정소’라는 일화를 통해 경청의 중요성을 깊이 뉘우치고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어 일생동안 상대방의 말에 경청을 하게 되었다 합니다.

 

황희가 젊어서 암행어사가 되어 어느 날 시골길을 걷고 있다가 잠시 길가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데, 한 농부가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에 쟁기를 매달고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장난기가 발동하여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보시오,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 중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오?” 그러자 농부는 밭을 갈다 말고 쟁기를 놓고는 황희에게 다가와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것입니다. “검정소보다 누렁소가 일을 조금 더 잘합니다.

 

”의아하게 여긴 황희는 ‘왜 귀에 대고 속삭이냐’고 묻자 “소가 아무리 하찮은 짐승이라 하더라도 서로 비교되는 건 자존심도 상하고 싫어합니다.”라고 농부가 말하자, 황희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짐승이 어떻게 그런 말을 알아듣겠소? 그렇게까지 조심하지 않아도 될텐데~~” 이 말을 들은 농부는 “아무리 짐승이라고 해도 하찮게 대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며 밭을 갈고 그러는데,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황희를 책망하듯 말했습니다. 황희는 농부로부터 이 말을 듣는 순간 뭔가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자신이 경솔하게 생각했음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며 농부에게 ‘자신을 일깨워주어 고맙다’고 큰 절을 하고는 그 농부의 말을 오래도록 깊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그 후 황희 정승은 어느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의 단점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위 이야기는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경청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일화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 심리학교수인 알버트 매러비안 교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중 언어요소는 고작 7%에 불과하고, 비언어적 요소인 청각․시각․얼굴표정․외모․의상․장신구등이 93%을 차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경청을 잘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몰입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한 경청능력을 갖춘 대표적 인물이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리더로 알려져 있는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1954 - )는 쇼를 하는 한시간동안 자기가 말하는 시간은 10분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질문을 던져주고, 그리고 상대를 끌어 안는다고 합니다. 즉 "공감과 경청"의 힘을 가지고 대화와 소통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공감과 경청의 힘을 가지다보면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상대를 자기편으로 가져오기에 대화․소통․경청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큰 덕목중의 하나입니다.


효와 행복연구소장 /교육학박사 고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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