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중동에 다 가라는 말에 청년들의 절규.."니나 가세요"
[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중동에 다 가라는 말에 청년들의 절규.."니나 가세요"
  • 윤장섭 기자
  • 승인 2015.03.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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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중동에 다 가라는 말에 청년들의 절규.."니나 가세요"
 

과거 故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 개혁 방향에 반발하는 평검사들과 격이없는 대화를 하자며 첫 대화를 갖고 검찰 수뇌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던 장면들을 기억 할 것이다.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냈으며 故노무현 대통령은 일부 검사들의 돌발 질문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 故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말로 곤욕을 치른 대통령은 없었다. 변호사답게 그는 달변(達辯)이었다. 말에 거침이 없었고 언변은 화려했다. 자신감이 지나쳤다고 해야 하나?

 

즉흥적인 연설이 늘었고 날 선 말이 많았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론하고 싶은데 그 놈의 헌법이…

 

이처럼 故노무현 대통령이 달변(達辯)이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눌변(訥辯)에 가깝다. 단문단답형(短文單答型)이다.

 

강하면서도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 이며 어려서부터 정제(整齊)된 언어구사 교육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의원 시절에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돌직구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쉽고 단순한 말로 상황을 압축하는 특유의 어법을 구사했다.

 

이후 대통령 취임 후에는 비유나 은유를 적절히 활용했다.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등의

표현은 감성적이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로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집권 2년 차 들어서면서 박 대통령의 화법은 격조가 떨어지고 거칠어졌다.왜 일까?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거세지는 이유를 경제와 관련된 절박한 심정의 표출로 해석했다.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는데 좀처럼 성과가 나타나지 않데 대한 조바심이 절제되지 않은 강한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이든 아니든 모임에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자신이 유머러스하게 한 말이 오히려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거나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간 경우를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지난 19일 조간신문에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라는 기사가 실렸다.청년실업은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했던가? 

 

이날 대통령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라는 기사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화약 창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며 "다 어디 갔느냐고(하면), 다 중동 갔다(할 정도로 해보라)"고 지시했다. 참석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정작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의 기분을 알고나 한 소리일까?

 

대통령은 '청년들이 국내를 모두 비우고 가야 할 정도'로 중동 일거리가 양질(?)의 것인지에 대해 어떠한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저 한번‘보내 보라’는 식이 었다.

 

이후 청년들의 분노게이지가 높아졌고 SNS는 들끌었다.

 

이쯤되자 박근혜 대통령도 섭섭하고 당황스러워 했을 것이다.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하늘의 메시지’라며 청년들 일자리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한국청년연대 소속 대학생을 비롯한 20대 청년들은 박근혜 정부의 해외인턴 정책을 비판하며 '너나 가라 중동!'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등의 격한 문구로 화답했다.

 

그러나‘중동’하면 부정적인 것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70, 80년대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건설 사업에 참여해 우리 근로자들의 노동과 기술로 빌딩을 짓고 아스팔트 도로를 깔던 시절을 성인들 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때 많은 외화를 벌어 들여 현재의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하는데 구심점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거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이 생각나서 일까?

 

박 대통령이 “청년의 일자리는 중동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에 많이 있다”며 “거기에는 (일자리가) 많이 있으니까 오히려 (청년일자리) 미스매치는 거기서 해결을 해야 되지 않냐”고

좋은 의미로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라’고 한 말인데 과연 실현가능한 말인지 되묻고 싶다. 가뜩이나 방향을 잃고 맴도는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모범 답안지가 없는 현실에서 말이다.

 

현재의 청년실업 사태는 한국의 산업구조와 기업 고용구조, 경기상황 등이 맞물린 복합 산물의 결과다.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 중 네 명 중 한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열악한 취업환경 때문에 대학교 5학년을 다니는 학생들이 12만명에 이른다는 현실에 그저 화가 날 뿐이다.

 

이제 이 땅의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취업대책을 제시해야 하는 건 바로 지금의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그래도 정 방법이 없다면 그 때 가서 해외로 나가라고 하는게 옳다. 충분히 고민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을 먼저 등떠밀듯 해외로 내보내려고 하는 것은 정부가 할 도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니가 가라! 중동." 이라는 말은 이 시대 청년들이 나랏님들에게 고하는 겸손하면서도 분노에찬 절규라는 사실을 명심 하시라!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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