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의 서울 관악을 출마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강 구도로 흐를 듯 했던 4·29 재보선의 판도가 야권 분열로 요동치고 있다.
 

막판까지 불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하던 정 전 의원은 결국 자신이 야권재편의 '총대'를 멜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여러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30일 출마 결정을 했다.

 

출마 결심에는 이번 재보선을 흘려보내면 정 전 의원 자신은 물론 갓 출범한 국민모임까지 대중에게서 잊혀지리라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식 진보개혁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모임은 29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갖고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재보선 지역 4곳 가운데 한 곳에서도 이렇다 할 후보를 세우지 못해 시작부터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터였다.

 

정 전 의원은 진보결집 노력이 흐지부지될 경우 새정연을 뛰쳐나오며 야권 재편을 외친 자신도 입지가 좁아지고, 내년 총선에서도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려워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출마로 정 전 의원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적지 않다. "정치생명을 건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구 민주당을 선도 탈당하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고 2007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과 결별했다. 2009년 4·29 재보선 때엔 공천 갈등 끝에 탈당해 전주에서 무소속 당선됐다. 

 

이런 전력으로 "떴다방 정치"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결국 정 전 의원으로서는 출마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고 판단한 셈이다. 

 

설마 하다 직격탄을 맞은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패닉'(정신적 공황)에 빠졌다. 당선권으로 분류했던 관악 선거에서 야권 표분산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정 전 의원의 출마가 판세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선거 구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관악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분열은 곧 패배"라며 "정 전 의원의 출마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 안팎에선 "새누리당 후보에게 일찌감치 쏠린 30%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며 "정 전 의원이 5%만 얻어도 우리당 후보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부에선 출마 의사를 밝힌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만약 중도 포기할 경우 야권 표가 정태호 후보에게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이 경우 새누리당의 '종북프레임'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후보가) 많이 나오면 선거는 구도싸움이니 새누리당이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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