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 9시쯤으로 기억된다. 스페인에서 독일로 비행 중인 독일 여객기가 프랑스 상공을 지나가다가 추락했다는 뉴스 보도가 전해졌다.

 

통상 비행기 사고는 이륙과 착륙 시 발생하는 사고가 90% 정도 되는데, 이렇게 비행 중에 사고가 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보도가 반복되었다. 저가항공인 저먼윙스(Germanwings)사 관계자는 자사가 기체관리를 잘하기로 유명한 루프트한자(Lufthansa)의 자회사라는 것을 강조하며, 비행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락 원인에 대해 갖가지 추측을 했다. 그래도 비교적 빠른 시간에 테러에 대한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도되었다. 구조대가 헬기를 타고 어렵게 올라간 사고 지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비행기 기체도 산산조각이 나고, 승객들의 물건뿐만 아니라 심지어 시체들도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추락 당시 충격으로 이 모든 잔해는 사방 700m에 모두 흩어져 있다고 보도 되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음성파일이 장착된 블랙박스가 수거되었다. 블랙박스에서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나올 것을 모두가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이튿날이었다. 뉴욕타임즈가 믿기 힘든 보도를 내놓았다. 기장 실에서 기장과 부기장 중 한사람이 화장실을 가기위해 기장 실을 나와 다시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겼는지 노크를 하다가 문이 열리지 않아 나중에는 문을 부수려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누구도 이런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런 상황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 이후 결정적으로 프랑스 검찰이 발표를 하였다. 기장이 나온 후 부기장이 문을 일부러 잠그고 기장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고도를 낮춘 것은 누군가의 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일부러 비행기를 조종하지 않으면 비행기는 한 동안 거의 수평으로 날아간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당연히 모든 시선은 부기장의 개인 신상문제에 쏠렸다. 급기야 조사원들이 독일인 부기장의 아파트와 관련 장소 몇 곳을 압수수색하였다. 실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이에 대한 약도 처방 받았다. 심지어 추락당일 병가를 내려했다는 단서도 발견하였다. 더욱이 부기장은 자신의 정신병을 직장에서 숨겼다는 것이다.

 

처음에 보도된 비행기 추락 사고는 이내 자살 살인이라고 정정되었다. 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18개국에서 온 150명의 소중한 인명이 한사람의 정신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2명의 유아와 스페인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16명의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가장 많이 보도되었다. 차츰 유명인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전파를 타면서 항공사 같은 다수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직업군에 정신 병력을 가진 자들의 규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대 질환 중 우울증을 3위로 보고하였고. 2030년이 되면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문제는 심각한 우울증이 대부분 자살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기도자의 60-72%, 자살사망자의 80%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 80-90%는 우울증의 결과로 추산되고 있다.

 

우울증은 범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우울증의 발병요인은 각 국가별로 약간씩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쟁이 최우선시 되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 와중에 핵가족화, 자본주의 심화로 오는 빠른 개인주의화,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개인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즉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패배자로 탈락하게 되고, 이는 바로 우울증으로 진전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그 여파로 이미 2010년 OECD 국가 중에서 현재 자살률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수 26만 6257명 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자가 1만 4427명이었다. 이는 매 36분마다 1명 씩 자살한다는 수치이다. 더구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28.5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살 사망률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26.5%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평생 한 번이라고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5.6%(약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전 국민의 2.5%(약 1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정신과 등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환자는 29만 명에 그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자는 15만 명(15%)에 불과하다.

 

전문적인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우리의 뿌리 깊은 문화와 관계가 깊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과 진료에 대한 기록으로 자신의 진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한몫을 한다. 무엇보다도 심리 상담 치료에 대한 불신과 낮은 인식이 가장 큰 문제이다.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이윤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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