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직판(역직구) 사이트 글로벌롯데닷컴 메인화면     


[중앙뉴스=신주영기자]내수 침체의 돌파구를 찾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직접 해외 네티즌에게 물건을 파는 이른바 '역(逆)직구'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역직구 규모는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직접구매)에 비해 여전히 작지만, 1년 만에 품목 수나 거래액이 3배 이상 불어나는 등 성장 속도에서는 직구를 앞선 상태다.

 

하지만 한국 상품 역직구 이용자의 70% 이상이 한류 열풍이 부는 중화권에 몰려 있고, 판매 품목도 화장품 등에 집중된 만큼 진정한 '글로벌 직판(직접판매)'이 본 궤도에 오르려면 서비스 언어·상품 종류 등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역직구 사이트 매출 3~12배 급증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 '메이크샵'이 운영하는 역직구 사이트 'OKDGG(www.okdgg.com)'에는 현재 1천100여개의 국내 업체(쇼핑몰 포함)가 100만개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60여개국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입점 업체 수는 57%(700개→1천100개) 증가했고, 거래 품목도 3배 이상(30만개→100만개)으로 불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식품업체 동원F&B가 운영하는 '동원몰',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종합몰 '플러스1000', 농가통합쇼핑몰 '하이팜' 등이 이 사이트에 자리를 잡고 역직구에 나섰다.

 

이처럼 다양한 업체의 역직구 상품이 쏟아지면서 이 사이트의 작년 매출(거래액) 규모는 2013년의 3배인 80억원으로 커졌다. 메이크샵 측은 올해 매출도 작년의 2배 이상인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

상하고 있다.

 

작년 2월 문을 연 '글로벌 롯데닷컴(global.lotte.com)'의 성장세도 무섭다. 글로벌롯데닷컴은 롯데닷컴(www.lotte.com)이 운영하는 해외 소비자 대상 판매·배송 사이트로, 현재 70여만가지 제품을 미국·중국·일본·싱가포르 등 19개국 소비자들에게 팔고 있다.

 

글로벌롯데닷컴의 지난 3월 한 달 매출은 작년 같은 달의 12배까지 치솟았다. 입점 브랜드와 품목 수도 각각 20%, 29% 증가했다.

 

개장 초기 미미한 매출의 '기저 효과'를 고려해 작년 4분기와 비교해도, 올해 1분기 매출은 불과 3개월 사이 무려 2.4배로 늘었다.

 

국내 역직구 사이트의 '선구자'로서 일찌감치 2006년 선보인 G마켓의 '글로벌샵'도 2013년 영문 서비스를 강화하고 중국어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2012년의 2배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작년 동기보다 40%나 많았다.

 

박수영 롯데닷컴 해외사업팀 매니저는 "최근 들어 협력사(입점업체)들의 역직구 관련 영업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뀐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상품기획에 반영하겠다며 해외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묻거나 행사 기획을 먼저 요청하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중화권 고객이 70% 이상…유아동용품·화장품 집중 구매

 

한국 상품 '역직구'의 최대 고객은 역시 한류 열풍의 중심지인 중화권이다.

역직구 사이트 'OKDGG(www.okdgg.com)'의 지난해 매출을 구매자의 국적별로 나눠보니, 중화권(홍콩·중국·대만·싱가포르) 비중이 68%에 이르렀다. 이 밖에 미국(16.9%)·일본(4.9%)·호주 및 뉴질랜드(4%)·캐나다(2.7%)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해외 소비자들은 주로 ▲의류(35%) ▲가방·구두·시계·귀금속류 등 패션·잡화(20%) ▲화장품(15%) ▲K-POP을 비롯한 한류상품(12%) 등을 구입했다.

 

글로벌롯데닷컴에서도 지난 1분기 기준 중국인 매출 비중은 무려 75%로 집계됐다. 미국(5%)·일본(4%)·싱가포르(3%) 등과는 차이가 큰 압도적 1위다.

 

중국 고객들은 '알로앤루', '나비잠', '비앤비' 등 한국 브랜드의 유아동 용품(아동의류·기저귀·물티슈·놀이방 매트 등)을 주로 사갔다.

 

중국 현지에서 '질이 좋다'고 소문이 난 '잇츠스킨', '더페이스샵' 등 국산 화장품들 역시 중국 직구족, 이른바 '하이타오(海淘)족'들이 해외배송비까지 물어가며 구하는 대표적 한국 상품이다.

 

G마켓 글로벌샵에서도 고객 절반 이상의 국적은 중국·대만·싱가포르 등 중화권이었고, 잘 팔리는 상품군은 화장품·향수·여성의류·가방·패션잡화 등이었다.

 

◇ 독일·프랑스어 지원 늘리고 가공식품·농축산물 등 품목 확대

 

이처럼 지나치게 '중화권'과 '유아동용품·의류·화장품'에 치우친 역직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업계도 언어 서비스와 품목을 다양하게 늘리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메이크샵과 마찬가지로 업체를 대신해 해외 직판 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카페24 솔루션'에 따르면, 2013년 9월 이후 개설한 3만5천여개 사이트 가운데 영어로 서비스되는 것이 4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어 간체(29%), 일본어(26%) 등의 순으로, 사실상 현재 운영되는 역직구 서비스의 대부분이 영어·중국어·일본어로 이뤄지는 셈이다.

 

카페24 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영어권과 중국어권 이외 지역에서도 한국 상품에 대한 역직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독일어·프랑스어 등의 언어 지원 서비스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크샵의 경우 최근 가공식품, 농산물 등 다양한 제품군이 'OKDGG(www.okdgg.com)'에 입점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이재욱 메이크샵 글로벌커머스 사업부 팀장은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뿐 아니라 식품도 신뢰받고 있는 만큼, 해외고객들이 쉽게 식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내 브랜드를 발굴하고 해외 무료 배송 등의 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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