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로 인해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피하기 어렵게 됐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확대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과문 발표에 대해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여당인 한나라당에 있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양상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 내내 당시 여당이었고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 등으로부터 ‘차떼기 정당’ ‘부패 정당’이라는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대기업 CEO 출신의 후보를 내세우며 ‘경제 살리기’라는 이슈를 선점해 압도적으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는 않고 더욱 악화되기만 하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무능한 차떼기 정당’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로 인해 적어도 참여정부나 참여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현 정부여당을 도덕적으로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자마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지난 7일 발표한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수사와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재임 시절 나는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과 그 권력 주변에서의 검은돈 거래는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은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로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8일 발표한 논평에서는 “노무현 정권 X-파일 중 한 개의 밀봉이 뜯겨졌다”며 “어떻게든 법정에 서는 것을 피하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총력전도 시작됐다.

어떻든 노 전 대통령이 결국 우리 정치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돼지저금통으로 어린애들 돈까지 끌어 모아 대통령에 당선된 분이다. ‘반칙과 특권에 굴하지 않고 처절하게 맞서 싸워온 노무현 당선자’라는 평가를 받은 분”이라며 “그래서 국민은 너무도 다른 그 두 얼굴에 실망을 금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청렴과 도덕성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자랑하며 행세해 온 그 주변세력의 유창한 거짓과 화려한 가식에 대한 배신감도 지울 수 없는 것”이라며 “그간 속고 또 속아온 국민의 상심을 어찌할 것인가? 수 백 억 원을 들여 봉하마을을 치장하고 사저를 지었을 때도, 그곳에 국가비밀기록물을 옮겨놓고 사유화 했을 때도, 인터넷으로 상왕정치를 하려 했을 때도, 국민은 그래도 ‘혹시나’ 했다. 그러나 결국 ‘위선’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 X-파일에 등장하는 노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인사들이 그들의 신분과 돈을 이용해 어떤 부당한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서로 나눠가졌는지, 그 주고받은 구체적인 특혜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며 “그 검은 뒷거래에 대해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구하고 대한민국을 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에 있어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는 한 마디로 말해 최대의 충격이자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깨끗한 정부’라고 집권 기간 내내 자랑해 왔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 점점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참여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이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공세를 가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는 참여정부에 도덕적 파산선고를 내렸고 민주당의 도덕적 우월성을 하루 아침에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친노진영은 이제 도덕적으로도 파산을 맞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재기마저도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가 있은 후부터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에 대해 “민주당은 박연차 리스트가 여든 야든 한점 의혹 없이, 한 사람의 제외도 없이 공개되고 수사돼야 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밝힌 대로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몇 년간은 한나라당 독주 시대가 될 것 같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과문 발표가 몰고올 파장을 염려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과문 발표에 대해 친노진영은 바짝 엎드리고 있다.

친노 직계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8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에 대해 “다른 기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8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재임기간 중에 정상문 총무비서관을 통해 수억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백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에 어떤 연유로 이것을 받게 됐는지 명백한 진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자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느낀 것은 당시 대통령이 형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문제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해 상당히 국민 정서에 어긋난 태도를 보인 것이 문제라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 명예훼손 관련 논란이 있지만 정중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정상문 비서관을 통해 10억을 받았다는 자백의 글을 보고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 같은 충격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은 이 사건을 한점 의혹도 없이 성역이나 예외없이 철저히 수사해 국민에게 진상을 공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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