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모든 동물이 다 그럴 것이다.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한참 자란 후에 애미가 하는 양을 보고 나무줄기에 매달리게 된다.

 

밀림의 왕이라는 사자나 호랑이도 여렸을 적에는 겁이 많고 개에게도 꼼짝 못하며 심지어 닭이 쪼아도 도망가기에 바쁘다. 날이 지나가면서 근육이 붙고 덩치가 커지면서 점차적으로 제 모습을 찾게 된다.

 

이것은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자연성장과 발달의 행태다. 하물며 단순한 행동거조에만 그치지 않는 인간은 맨 먼저 두뇌가 발달한다.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입으로 부르게 되며 자기가 하고자하는 바를 말로 표현하기에 이르면 이제는 교육에 들어갈 때가 되었다는 표시다.

 

과거에도 태교(胎敎)를 실행한 부모들이 있었지만 현대과학은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유일의 보육천국이 되어 빈부에 차별 없이 세 살만 되면 무료로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으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무료보육과 무료급식은 일란성 쌍둥이지만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을 유발하여 여기저기서 말썽을 빚어내는 실정이다. ‘보편에서 선별’로 바꿔야 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줬다가 뺏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뉴월 화롯불도 쬐다가 안 쬐면 섭섭하다고 하지 않던가.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세상은 요동을 멈추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보면 가장 폭력적인 집단인 IS가 걸핏하면 납치인들의 참수(斬首)광경을 동영상으로 유포하여 세계를 위협한다. SNS를 통하여 젊은이들을 끌어드리고 있으며 그들의 화려한 감언이설에 넘어간 어린 청소년들이 테러리스트의 영웅이라는 환상을 좇아 시리아 국경을 넘는다. 한국의 김군까지. 알카에다,

 

탈레반, 알샤비브 등등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는 국경을 넘어 자살테러와 납치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은 반세기동안 등지고 살았던 쿠바와의 수교를 단행하고, 12년을 끌었던 이란과의 핵협상을 마무리하여 모처럼 대국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강국이 유연하게 나오면 세상은 환해지는 법이다. 이제 남은 분쟁 터는 북한의 핵문제다. 질질 끌기만 하는 6자회담에서는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매달린 척하는 수밖에 뾰쪽한 게 없다.

 

한국과 미국 중국은 사드배치와 AIIB가입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전개했으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듯싶다. 오직 일본의 아베만이 마이웨이를 외치며 미국의 우산 밑에서 군국주의 침략을 부인하고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종전 70주년을 맞이하여 아베는 미 합동의회 연설을 통하여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담화를 발표해야 되겠지만 미국여론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 외교가 우경화한 아베정권에 대해서 선진적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줘 위안부 문제 등 인도적인 호소를 통하여 미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만이 그나마 호황을 누리는 양상이며 유럽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 금리인상을 유보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실행할 태세를 갖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디플레를 걱정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했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겨우겨우 세계10위권에 진입한 한국경제는 기적으로 불리지만 그동안 기업을 운영해 왔던 선구적 기업인들의 창의적 노력이 가장 컸다. 서독광부, 간호사들의 헌신과 베트남 전쟁에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용사들은 모두 우리 경제를 반석 위에 올린 원동력이 되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도 부모들의 교육열에 부응한 학생들은 4.19혁명을 비롯한 수많은 독재정권과의 싸움에서 처절한 고문을 이겨내고 이 나라 민주화의 횃불로 자라났다. 경제성장도 민주화의 기틀을 벗어나는 그날 모래 위의 성처럼 허무하게 끝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은 갈등과 모순처럼 낙인찍힐 수도 있는 우리의 현실을 조화시킨 혁혁한 공로자로 승화되었다.

 

다 함께 긍지를 가지고 역사적 사명을 다하기 위한 협조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영어(囹圄)생활을 하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에 대한 과감한 특별사면이 단행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SK그룹, CJ그룹, 태광그룹 등등 유수한 그룹총수들이 걸려있다.

 

한화그룹은 다행히 벗어나 많은 활동을 보여준다. 대한항공 조현아는 땅콩회항으로 들어가 있지만 그의 아버지 조양호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국가 대행사의 책임을 맡고 있다. 그들의 잘못은 이미 확대될 대로 확대되어 여론재판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본인들의 뉘우침도 절절하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지 못한 그들에게 증오의 눈길보다는 회한(悔恨)의 기회를 주는 것이 건전한 사회의 화해정신이다.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면 사랑이 싹트지 못한다. 새로운 갈등을 유발시켜 사회혼란의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미안하다, 용서한다, 사랑한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말씀은 지금도 우리 귓가에 맴도는 경구다.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면 국민통합의 차원에서라도 하루 속히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