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방송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은 온통 사고 투성이다. 매일처럼 터져 나오는 사건과 사고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고 잦다. 그것도 제법 큰 사고나 언론 취재의 대상이지 작은 사고는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으니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는 사건 사고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는 교통사고다. 그 외에도 가스 폭발사고나 전기합선 등에 따른 사고도 많고 이런 것들은 대부분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수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건설공사 도중에 무너지기도 하고, 산사태로 인하여 멀쩡한 아파트에서 생죽음을 맞이할 때도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매일처럼 반복되어 발생하고 있다.

 

거리는 좁고 자동차가 많다보니 사고가 빈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을 약간 상회하는데 자동차 대수가 2천만을 넘어선지 한참이다. 한 집에 두 대꼴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다. 내가 어렸을 때 미국의 가정에서는 자동차를 두 대 이상 소유한 집이 대부분이라고 해서 놀란 일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사정이 매우 어려운 처지여서 가정집에서 자가용 승용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부잣집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우리도 미국이나 진배없는 자동차 왕국이 되었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자동차공장이 세워지면서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 수요는 급증했다. 땅덩이는 좁지만 대도시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너도나도 승용차를 몰고 시골로 달려간다.

 

도로마다 자동차가 넘쳐나고 끝없는 정체현상에 짜증이 난다. 이런 때에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느긋해져야만 하는 것인데 괜히 신경질을 내다보면 함께 가는 가족끼리도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수가 생긴다. 부부싸움으로 발전하고 자식까지도 달달 볶는 수가 있다.

 

이처럼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칫 거친 운전을 하다가 인생을 망치는 사고를 유발하는 일이 발생한다. 고속도로 상에서 추월한 차를 쫓아가 흉기로 위협하거나, 실제로 폭행을 가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이미 때는 늦었다. 고속도로에서 차의 흐름에 따라 추월은 다반사로 생긴다.

 

이것을 트집 잡는 것은 정상적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자기안전을 위하여 남의 안전도 지켜줄 수 있어야 문화인의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며 선진사회로 성큼 다가서는 일이다. 한국은 현재 OECD 가입국 중에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나라의 하나로 집계된다.

 

세계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이라고 자처하면서 매년 3만5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나라가 되었으니 부끄러운 일 아닌가. 여기에 곁들여 치안상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걸핏하면 터지는 게 살인사건이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공원 숲속에서 살인이 저질러지고, 주택가 골목길에서 여성을 납치하여 성폭행을 저지르고 죽이기까지 한다.

 

시화호에서 발견된 토막시신은 중국 조선족 부부간에 돈을 두고 말다툼을 하다가 살인까지 저질렀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사회에서 폭력이 난무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암처럼 전이되어 학교폭력 사건이 터진다. 그 양태는 가지각색이지만 따돌림, 빵셔틀, 금품갈취, 폭행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성희롱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경찰, 검찰, 학교당국, 시민단체 등이 모두 나서고 있지만 근절은 쉽지 않다. 단순한 학교폭력이 예민한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하게 되고 학생들끼리 어울리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면 이는 중증(重症)에 들어간 셈이다. 폭력이 지나쳐 살인이 되는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보다 훨씬 많은 게 자살이다. 같은 반 학생끼리 오죽이나 괴로웠으면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해야 하는 어린 학생의 처지는 너무나 가슴 쓰라린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들을 예방하기 위해서 학교폭력예방국민운동본부가 많은 계몽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들은 신문과 잡지를 발행하여 학교폭력이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일임을 계도하면서 사단법인 사회안전예방중앙회를 창립한 것은 안전한 사회를 지향하는 국민적 캠페인이 되었다.

 

나는 이사장을 맡아 전상제, 서재식, 박재학 등 뛰어난 사회운동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람이 생을 영위해 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을 거느리고 먹고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반드시 사회정의에 걸맞은 도덕심이 따라야 한다. 도덕심은 염치를 뜻한다. 문화인의 긍지다.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일 줄 알아야 인간으로서의 참다운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안심하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양보하는 마음가짐을 먼저 배워야 한다. 양보는 겸손이다. 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내 스스로 먼저 겸손과 겸양을 발휘하는데 상대가 악하게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같은 민족이면서도 남북은 끝없는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굶주리는 북한에 식량도 도와줘야 하고, 벌거숭이산을 녹화시키는 것도 모두 우리 스스로를 위한 길이다. 평화통일은 입으로만 외치는 게 아니며 몸으로 부딪쳐야만 실마리가 풀린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내일을 향하여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나아가야만 되겠다.

 

전 대 열 /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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