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6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경제 기반이 매우 튼튼하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IMF 실사단은 이번 방한 기간에 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기관 등과 접촉해 우리 경제를 직접 살펴보면서 급속한 회복세를 체감했으며, 우리 정부의 위기 대응 정책과 확장적 재정 운용 정책이 시의적절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단계적인 금리 인상,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정책기조의 정상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내수 시장 확대 등을 통한 신성장 기반 확충을 주문해 향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음을 내비쳤다.

◇성장률 대폭 상향..투자.수출 급증 영향

IMF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5.75%로 무려 1.25%포인트로 높인데는 경기 회복세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IMF는 세계경제 전망을 산출할 때 미국 등 선진 8개국(G8)을 전망치를 낸 뒤 이들 국가와 연계성을 따져 각국의 전망치를 가중하는데,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이들 국가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성장 전망 또한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미국 등 G8의 회복 속도가 더디고 재정 위기 등이 닥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튼튼한 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속도의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IMF도 이번 한국 방문에서 우리 정부의 전망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5.8%, 내년에는 5% 내외가 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수비르 랄 IMF 한국과장은 "한국 경제가 놀라운 속도로 회복해왔으며 특히 고정투자와 재고 주기의 회복 그리고 순수출의 증가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IMF는 유럽의 금융위기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시설투자와 재고율 증가가 급속히 회복돼 전반적으로 균형을 이룰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2.4%, 전년 동기 대비 29.9%가 증가했으며 5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22.3%나 급증했다.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2.5%가 증가한 426억5천억달러를 기록해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74억7천억달러 무역흑자를 냈을 정도다.

◇"통화정책 수준 이상 확장적..금리 인상해야"

IMF는 이번에 출구전략의 본격 가동도 권고했다.

올해 예산은 1%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하락요인이 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잠재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인 GDP갭이 수개월 내에 좁혀지고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 지원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충분히 확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랄 한국과장은 "거시적 부양정책에 대한 단계적 정상화는 물론 이제 서서히 정책금리를 인상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도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을 돕기에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이런 IMF의 권고는 종전보다 더 명확해진 것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지난달 초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금리 정상화 과정을 시작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신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IMF는 나아가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확대로 자산시장에서 가격 인상 압력이 발생해 인플레이션이나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되면 자체적인 정책대응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아직까지는 2분기 성장률을 확인한 뒤인 8월께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7월에는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단계적 금리 인상을 향한 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IMF는 또 출구전략을 권고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한 중소기업 신용보증 확대조치 등 한시대책을 종료하고 있는 것이나, 2013∼2014년 재정수지 균형을 위한 중기재정전략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IMF는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에 이제 위기관리에서 중기적 전략으로 초점을 옮겨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고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규제 체계 개선과 유연한 환율정책, 내수 확대 등을 권고했다.

우선 평상시에도 경제의 위험요인에 대한 충분한 모니터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정책 및 규제체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게 IMF 주장이다. 거시-금융의 연계고리를 내재화하고 금융 관련 당국간 협조체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불안정한 세계 자본 흐름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IMF는 "한국 경제와 금융은 전세계와 통합돼 있기에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한 취약성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자본자유화가 이뤄진 수출의존형 경제에서 환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환율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내수 확대를 꼽았다. 이를 위해 수출 중심의 정책편향을 줄이고 비교역재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과감한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IMF는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에 대한 특혜 축소 ▲비교역재 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 ▲중소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투자와 고용 창출을 제안했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사회보장제도 확충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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