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날려버린 민생법안들, 4월 국회 마지막날인 6일 국회 본회의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기'를 둘러싼 여야의 정쟁 끝에 파행하고 4월국회는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6일 국회 민생법안을 뒤로하고 의원들이 퇴장한 국회본회의 모습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안건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 한 건 뿐이었다.그나마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표결을 보이콧하고 여당 의원들은 단독처리를 강행하는 '볼썽사나운' 모습 속에 처리됐다. 합의의 정치, 타협의 정치라는 성숙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의장이 공직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한 것은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기록됐다.

 

여야 모두 이번 국회 회기를 시작하면서 경제활성화와 민생문제 해결 등 '경제우선'을 외쳤던 약속은 결국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4·29 재보선을 의식한 공약(空約)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국회는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경제살리기 법안을 비롯해 많게는 100여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이 '박상옥 임명동의안'을 포함해 29건이었고, 본회의 상정에 앞서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전체회의는 104건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법사위는 본회의가 파행될 때까지 75건을 심의해 이중 65건을 본회의로 넘겼으나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법사위를 어렵사리 통과한 안건들은 다음 국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 이미 부의된 29건의 안건 중에는 '침략역사 및 위안부에 대한 반성없는 일본 아베 총리 규탄 결의안',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 등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안건도 상당수 이었다.

 

그러나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이런 초당적인 결의안조차 제 때에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우리 정치권은 국민적 비판은 물론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본회의 상정 예정 법안 중에는 민생과 직결된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담뱃갑의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영세 자영업자의 숙원과제로서 상가 권리금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소득세법 개정안이 이날 처리됐을 경우 638만명이 이달 급여일에 4천560억원, 1인당 약 7만원씩을 환급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본회의 처리 무산으로 환급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누리과정 예산 충당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서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 중인 생활임금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최저임금법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심지어 이번 4월 국회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학교 앞 호텔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 9건 가운데 6건은 여야 이견차로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정치권이 입으로는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겠다고 외치면서 정작 정쟁의 구태에서 헤어나지 못해 국회의 기본 책무이자 고유권한인 법안처리도 제대로 못하자 여론은 싸늘한 시선을 넘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국회무용론'까지 제기했고, 선거 때면 '심판론'을 외치는 정치인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먼저 냉엄한 심판을 내려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객이 전도됐다. 주가 공무원연금이고 객이 국민연금인데 객인 국민연금 때문에 공무원연금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주는 없어지고 객만 남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가 드러났다"고 평했다.

 

신 교수는 "민생법안을 상대에 대한 보복무기로 사용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며 "그러면서 무슨 민생을 이야기하고 국익을 이야기하나. 웃기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청와대와 여야가 혼선을 빚는 것도 이해가 잘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직도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쟁에만 한눈을 파는 처사를 보여줬다고 본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또 언제 통과시킬지 국민으로선 상당히 답답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여야는 민생법안을 뒤로하고 막을 내린 이번 4월 임시국회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시선이 곱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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