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언제까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할까?

 

삼성이라는 거대한 배는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손에서 2세대 이건희 회장을 거쳐 세 번째 인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손으로 순조로운 바턴 터치가 이루어지고있는 양상이다.

 

이건희 회장의 공석으로 느림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은 이제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를 준비 중이다. 2인자에서 1인자로, 아버지의 그늘에서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라는 초 인류기업의 주인이 되기위해 여러 과제를 처리하느라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온 소위 명품 재벌가들이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승계 문제다. 명품 기업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갖추어야 할 과제는 승계 이후 기업의 성장 동력 등 후계자로서의 능력이 가장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삼성의 세 번째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예외는 아니다.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세금 등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무엇보다 세간의 차가운 시선까지 받아내야 한다.

 

각설하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1년이 흐른 지금 삼성그룹에 이재용 체제가 구축됐다는 데 지금까지 특별히 의문부호를 다는 인사들은 지금까지 삼성그룹내에서 별로 많지 않다.

 

주인이 비워둔 빈 자리를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내부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중대한 사안들에 대해 저항세력들 없이 지금까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화에 넘기는 ‘빅딜’을 실시함과 동시에 각 계열사별로 수익이 나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털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삼성 SDI가 PDP와 태양광 사업을 정리했고, 삼성전기는 PC시장과 관련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모터사업 등을 정리한다는 계획도 갖고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유럽 출장길에 오르면서 글로벌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장을 직접 보고 챙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각 계열사 사장단들에게도 글로벌 출장을 의무화하는 등 현장 중심 경영을 주문하고 있다.글로벌 기업의 오너들과의 만남에서도‘삼성페이’ 등 향후 삼성의 신사업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는 등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의 행보도 2인자의 입장이 아닌 삼성을 대표하는 실질적인 대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지난 7일 삼성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 행사에 삼성을 대표해 참석하면서 첫 공식활동을 시작했고, 15일 삼성의 상징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으며 명실공히 삼성의 후계자임을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이재용이 이끌고 있는 삼성’이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점차 수익성이 둔화되는 스마트폰 사업과 반도체 사업 등 삼성의 심장과 같은 주력사업이 향후 세계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국내외 적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눈을 돌려 삼성가를 살펴보자.삼성 패밀리를 잘 알고있는 논객들은 과거 이건희 회장이 처음 회장직을 물려받을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도 초기에는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삼성이 기존 사업에서 정리해야 할 것과 새로이 투자할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 갔듯이 '리틀 이건희'라 불리는 '이재용 부회장'도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어차피 이건희 회장의 현장 복귀는 어려울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관된 생각이라면 이제는 이 부회장이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젊은 후계자라는 약점을 얼마많큼 빨리 장점화 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패를 모두 까 보여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주인이 되기위해서는 외부의 장애도 경계를 해야 하지만 가장 경계를 해야 할 것이 바로 가족이다.

 

속담에 등잔밑이 어둡다 했다.아버지 형제들의‘형제의 난'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창업주에서 2세로 승계하며 <삼성>,<신세계>,<CJ> 등으로 지분을 나뉜 바 있지만, 현대나 두산 같은 큰 갈등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뒤늦은 2세들의 ‘형제의 난’이 벌어지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상속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년 동안 이어진 갈등은 지난해 이맹희 전 회장 측의 소송 취하로 막을 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삼성가(家)는 큰 상처를 입었다.

 

국내 최고의 재벌가에서 벌어진 고희(古稀)를 넘긴 노(老)회장 들의 갈등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평소 침착하고 냉철하기로 유명한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전 회장이 서로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으며, 삼성과 CJ 사이에 ‘미행’ 논란이 불거지는 등 ‘막장’ 집안싸움이 벌어졌고 삼성가 ‘형제의 난’은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

 

갈등이 막을 내린 시점을 전후로 이맹희 전 회장은 암이 재발했고, 이건희 회장도 쓰러져 아직까지 병원에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삼남매 사이에 이런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이건희 회장이 삼남매에게 각자의 사업 분야를 맡겨왔기에 비교적 교통정리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 전자, 금융을 맡아 삼성그룹의 심장부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며,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를 중심으로 서비스부문을 맡아 허파의 역활을,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패션부문을 맡아 영양을 공급한다.

 

그러나 삼남매가 경영 일선에 함께하는 한 ‘형제의 난’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린 지분이 자칫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엔 제일모직이 있다. 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23.2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는 각각 7.74%씩 나눠 갖고 있다.

 

제일모직은 다시 이건희 회장과 함께 삼성생명 지분의 상당수를 보유 중이다. 이건희 회장이 20.76%, 제일모직이 19.34%다. 이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와 전자·중공업 분야의 정점에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 지분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SDI 등이 보유 중인데, 이는 곧 삼성생명의 보유로 볼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의 정점에 삼성생명이 있기 때문이다.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일모직이 보유한 지분 19.34%와 최근 자신이 이사장을 맡게 된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이 보유 중인 6.86%를 합하면 26.26%에 달한다.

즉,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뼈대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볼 수 있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이 부분에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20.76%이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후계구도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잡한 함수들을 갖고있는 삼성가가 드디어 행동에 나섰다.26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하면서 사실상 ‘이재용 체제 출범’의 큰 그림이 완성시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접수했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떨어진다.

 

합병법인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로 기존 제일모직 지분율보다 7%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율 역시 7.8%에서 각각 5.5%로 줄어든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 역시 3.4%에서 2.9%로 낮아진다.그러나 이 부회장은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관계사들의 지분을 합치면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에서 지분율이 줄어드는 대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4.1%), 삼성SDS(17.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내 위상, 대외적 역할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적 경영지배 구조에서도 확실하게‘이재용 체제’가 출범했음을 묵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배가 더 깊고 넓은 대서양, 태평양을 넘어 전세계 지구촌 가족들을 얼마나 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기업 삼성과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삼성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새삼 이건희 회장의 "우리는 항상 배고프다"라고 지적했던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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