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 년째 뒷걸음질만 하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실적이 올해 봄 이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소비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잇단 연휴 특수나 세월호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아직 '전반적 내수 회복'을 확신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구찌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구찌는 이날부터 올해 봄·여름(S/S)시즌 상품 일부를 최대 50% 싸게 판매하는 시즌오프 행사에 들어갔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최근 수년째 뒷걸음질만 치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실적이 올해 봄부터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분석이 나오지만 잇단 연휴 특수나 세월호 사건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아직 '전반적 내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 이마트·홈플러스, 3년만에 역성장 탈출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기본점포 기준)은 4~5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정도 늘었다.

 

작년 전체 매출이나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줄거나 같았던 것과 비교해 뚜렷한 변화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분기 매출은 0.3%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4월과 5월(1~28일) 증가율은 각각 4.8%, 6.3%를 기록했다.

 

1분기 0%에 불과했던 현대백화점의 매출 증가율도 4월과 5월(1~28일)에는 각각 4.2%, 6.3%로 높아졌다.

 

5월만 보자면 특히 수입시계(27.1%↑), 수입의류(21.9%↑), 100만원이상 고급 여성복(12.9%↑), 혼수용 가전(18.3%↑), 패션(9.1↑) 상품군 등의 성장률이 매우 높았다.

 

신세계의 성장률도 1분기 0.4%, 4월 1.9%, 5월(1~27일) 3.4% 등으로 계속 오름세다. 부문별로는 골프(16.5%↑), 음식(10.7%↑), 보석·장신구·시계(31.4%↑), 명품(7%↑), 아동(6.1%↑) 등이 호조를 보였다.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마트의 소비도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존점 매출 성장률(전년동기 대비 1.1%)이 거의 3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4월과 5월(1~28일)에도 각각 1.9%, 1.6%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5월 나들이철과 연휴가 겹치면서 특히 신석식품, HMR(간편가정식), 가공식품, 패션의 매출이 각각 2.5%, 4.8%, 2.4%, 3.8% 늘었다.

 

1분기까지만해도 역성장(-0.9%)하던 홈플러스의 매출도 4월과 5월(1~28일)에는 3%, 2%씩 증가했다. 매출이 두 달 연속 추세적으로 증가한 것은 2012년 4월 의무휴업 도입 이후 사실상 거의 3년만에 처음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롯데마트의 4~5월 누적 매출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1.2% 줄었다. 아직 추세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1분기(-3%)보다 감소폭을 크게 줄였다.

 

◇ 100만원이상 여성복 매출 32% 늘어

 

유통업계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이 같은 최근 추이를 '소비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상무는 "아직 본격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른 무더위와 연휴 덕에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맞춰 소비 심리를 계속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5월 수입 시계 고객의 평균 구매액이 작년보다 22%나 늘고, 고급 여성복 '타임'의 100만원 이상 상품 매출 증가율이 32.1%에 이르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들이 잘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커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홍정표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도 "4월부터 나들이 시즌과 혼수 수요가 겹치며 소비가 조금씩 살아났고 특히 5월의 경우 두 차례의 황금연휴 덕에 레저 등 야외활동 관련 상품군의 매출까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영업전략팀장 역시 "캠핌용품 특수를 맞은 레저 부문, 골프용품 등의 판매 호조가 두드러진다"며 "지난해 세월호 사고에 따른 기저효과(작년 비교시점 실적 저조)를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백화점 매출이 3%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내수회복 단정 어려워…6월 한달 지켜봐야"

 

하지만 내수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아직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백화점 매출 증가를 이끄는 품목들이 수입 의류·시계, 골프, 혼수용 가전·가구, 보석·장신구류 등 상대적으로 비싼 고가의 제품들인만큼 '소득·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주로 서민들이 많이 찾는 마트의 4~5월 매출 성장률이 백화점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에서 우려스럽다. 

 

더구나 6월의 경우 5월과는 반대로 휴일이 줄어드는만큼 적어도 한 달 정도 더 지켜봐야 내수 회복 추세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현석 영업전략팀장은 "6월의 경우 현충일이 토요일과 겹치는 등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며 "어렵게 나타난 매출 개선 추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모션(판매촉진활동)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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