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메르스' 확산을 막아야 할 대통령은 어디 갔나

메르스(MERS),메르스(MERS),메르스(MERS)..대한민국 전체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벌벌떨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라고 불리우는 신종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감염으로 인한 중증급성호흡기 질환을 말한다.

 

최근 중동지역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주로 감염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MERS란 이름으로 불리며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괴물은 과거 사람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다.

이놈은 5일동안의 잠복기를 거쳐 14일 이내에 증상이 발생해 38℃ 이상의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 호흡곤란 등)을 유발시켜 종국에는 감염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무섭고 대책없는 중증급성호흡기 질환이다.이런 사실을 정부가 몰랐을까?

 

별거 아니겠지라고 보건당국이 손놓고 있는 사이 메르스(MERS)라는 놈은 짧은 시간에 대한민국이라는 청정지역을 공포의 바이러스 공화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감염자 한사람으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결국 사망자를 만들었고 3차 감염자는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하던 정부를 비웃듯이 이 놈은 온 나라를 헤집다 못해 이제는 외국까지 바이러스를 수출하는 수출국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만들었다.특히 정부는 발생 초기“메르스는 전염성이 1인당 0.7명으로 높지 않으며 3차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큰소리는 아무때나 치는 것이 아니다.메르스의 감염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과 치사율도 과거 사스나 신종플루보다 높다고 하는 사실이 이미 수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건만 보건당국은 오히려 환자 관리에 헛점을 드러내면서 초기 골든 타임마져 놓쳤다.

 

더욱더 웃기는 것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5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개미 한 마리 못 지나가게 하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우리 나라를 벗어나 홍콩을 거쳐 중국 광둥성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허술한 환자 관리를 질타하자 그제서야 때늦은 대국민사과와 대책을 세우겠다는 식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방을 약속했다.

 

3일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 수가 30명을 넘어서는 등 3차 감염자까지 발생했고 격리 관찰 대상자도 1300명을 넘었다. "기자"는 보건당국의 방역망 밖에 빠져 있었던 메르스 관련 사망자의 소식을 들으면서 분노보다는 허탈함이 앞선다. 

 

더욱이 새로 추가된 메르스 감염 환자 중에 3차 감염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이제 메르스는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날수 있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한층 더 커졌다.

 

갈팡질팡하는 보건당국을 믿어야 하는 국민들의 표정에서 믿음은 아예 도망간지 오래고 배신감과 분노마져 느껴진다.12년 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칭찬을 받았던 한국이 왜 이지경까지 됐는지 기가차고 코가차다.

 

국민들의 분노는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보건당국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이와 유사한 사태를 직면한 적이 있다.하지만 그때는 정부의 신속하고 발빠른 컨트롤타워가 작동하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벗어났다.

 

2003년 3월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며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 넣었으나 "고건 당시 국무총리의 지휘를 받은 보건당구의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재난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한국에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국무총리가 나서서 군(軍)을 포함한 관계 부처들을 총동원했고 범정부 차원의 사스 종합상황실을 만드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부었다.“사스 의심 환자를 강제 격리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까지 하며

모든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결국 정부의 노력으로 중국과 홍콩에서만 6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란(大亂)이 일어났지만 한국은 확진 환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고건 전 총리는 훗날 “사스 방역을 전쟁처럼 치렀다”고 말했다. 그만큼 치열하고 민첩해야 하는 게 방역이라는 사실을 역대 정부가 정확하게 보여준 사례다.과거 정부가 해냈듯이 박근혜 정부도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왜? 모르나..

 

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경제적·사회적 파장은 벌써 엄청난 속도로 국내는 물론 외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가장먼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잇달아 한국 방문을 취소하고 있다. 서울과 일부 지역 유치원과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갔고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몇몇 기업은 공장이나 사무실을 임시 폐쇄할 것을 검토 중이다. 메르스가 병원에서 감염되는 것을 보고 병원 진료 예약이나 입원을 취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1개월 이상 계속되면 세월호 참사에 버금갈 정도로 국내 경기가 상당 기간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의 의료 수준과 대응 능력을 예민하게 살펴보고 검증에 들어갔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 가족과 이웃을 넘어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고, 나라의 체면이 걸린 문제다. 한마디로 국가적 비상사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건복지부에만 모든 사안들을 맡겨놓고 있다가 지난 2일에야 부랴부랴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 주재로 대책 회의를 열었고, 이날 오후가 되서야 청와대에 대책반을 설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을 뿐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현장에서 지휘하는 모습은 볼수가 없었다.

 

대통령은 지난2일 사망자가 2명이 발생하는 국가비상 상황이 닥쳤는데도 평상시 잡아놓은 일정을 소화하기에 바뻤다.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임에도

메르스는 뒷전이요 국회법 개정에 대해서만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등 국회와 힘겨루기 싸움에 치중하는 인상만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었다.

 

대통령이 국민 생명과 국가 위신(威信)이 걸린 사안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누굴 믿고 이 사태를 극복 할 수 있을까? 

 

국가적 위기로 까지 번지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대해 대통령이 스스로 팔을걷어 붙이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결국 국민들은 실망했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극에 달했다. 설사 정부가 운좋게 환자 확산을 어렵사리 막는다고 해도, 민심 되돌리기는 어려울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위기 상황에서 유난히 대응이 늦고 취약하다는 비판을 들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권초기부터 3년차를 넘어서는 지금까지 늘 들어왔다.그렇다고 지금에와서 지나간 과거를 물어뜯고 상처를 내본들 결국 우리의 치부를 들어내는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전국을 공포의 살인 바이러스로 몰아넣었던 이번 파동이 가닥 잡히면 늑장 대응으로 화를 키운 당사자들은 누구든지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엄중한 책임을 묻자.물론 방역 체계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는 너와내가 없다.대통령도, 정치가도, 학자도 이땅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있기에 빛이 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이글을 읽고 있는 순간만이라도 말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