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의 동결 또는 인하를 결정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1일 열린다.

 

이번 회의는 부진한 경기회복세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변수가 겹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커진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금통위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특히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 10월, 올 3월 등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나 내려 사상 최저 기준금리(1.75%) 시대를 열었다. 그러고는 2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세 차례의 금리 인하 후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오르고 소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산업생산이 4~5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세를 기록하고 수출은 올 들어 감소폭이 계속 커지는 등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국내외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지만 심리 지표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제여건이 좋진 않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섣불리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조심스럽게 시장에 보낸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변 환경은 금리 인하 필요성에 힘을 보태는 쪽으로 바뀌어 금통위원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게 됐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금통위' 후인 지난달 20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으면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KDI와 생각이 비슷하다"면서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려줬으면 하는 메시지를 날렸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사태가 이번 금리 결정을 앞두고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달 들어 상황이 급속히 악화한 메르스 때문에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여행·관광업계가 타격을 받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기준금리를 더 내려 꺼져가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수출 전선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해 정부가 기대했던 2분기 경기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는 정부의 재정정책 역할 강조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이런 배경에서 노무라증권, 씨티그룹, BNP파리바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줄줄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시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결을 전망하는 시각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간의 금리 인하와 부동산규제 완화에 힘입어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가 추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된다.

 

1천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임박한 미국금리 인상 등 외부충격이 발생하면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처지여서 쉽사리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이 총재는 "작년 하반기 금리 인하 때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은 했었지만 최근 실제로 나타난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는 우리가 예상했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우려했다. 

수출 부진의 한 원인이 되는 원화 강세에 대응하는 카드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에 한은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최근 미약하게나마 내수회복세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무리하게 정책스탠스를 바꾸진 않을 전망"이라며 동결을 예상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대체적인 기류는 추가 인하 쪽으로 흐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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