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삼성이 뚫린것은 메르스가 아닌 최고라는 자존심이었다
 메르스의 진원지 되버린 삼성서울병원.. 의료기관 상실 ‘위기’
 

삼성은 더 아파야 한다.이게 무슨말인가.반성을 모르는 삼성서울병원을 두고 어느 논객이 꾸짖는 말이다.

 

“우리병원(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다”이말은 어찌보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지난 11일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과장이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애초에 감염 확산을 막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는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질문에 삼성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방역망이) 뚫렸다"고 당당하게 의원들을 향해 던진말이다.

 

그러나 정 과장이 의원들을 향해 던진말은 국내 굴지의 종합병원으로 자긍심을 갖고있는 삼성서울병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수없다. 삼성이 메르스 최대 진원지라는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가 삼성이 뚫린 것을 몰랐다면 삼성병원을 대표해 국회에 불려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가 모른다면 삼성병원의 어느 누구도 모르는 것이 되기때문이다.

 

<기자>에게 삼성서울병원은 제2의 인생을 살게 만들어준 생명의 은인같은 병원이다.1년전 간경화를 동반한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암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았다. 이후 아들의 간을 이식 받아 지금까지 한달에 한번씪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있다.

 

지금까지 <기자>를 포함한 1000여명이 넘는 이식환자들에게 삼성서울병원은 생명을 이어주는 어머니의 탯줄이요 평생을 함께 할 생명의 안식처다.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이식인들에게 이번 사태는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걑은 사건이 아닐수 없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어느병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국내 초일류 민간 병원으로 꼽히는 곳이 삼성서울병원이다.이런 병원에서 메르스에 대한 초기대응은 물론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다 결국 병원을 부분폐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일류의 기업인 삼성이 운영하는 병원이 이렇게 형편없을줄은 수많은 이식인들을 포함한 입원 환자들조차도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특히나 이식인들의 삶은 더 절박하다.어린아이와 같은 면역력을 갖고 있는 이식인들에게 메르스는 또 하나의 공포다.

 

메르스의 진앙지나 다름없는 삼성서울병원을 내집처럼 들고나야하는 이식인들은 이제 어찌해야 하나? 모두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삼성서울병원이 그 해답을 내 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메르스라는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삼성병원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삼성병원은 그리 대단한 전파력(감염력)을 지니지도 않은, 감염병계의 변방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왜? 당해야 했는지

속사정을 들여다 보자.

 

메르스가 발병한지 4주가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민낯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드러난 결과들을 보면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고의 종합병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병의 원천이 되어버린 느낌을 주고 있다. 왜그럴까? 메르스를 다루는 과정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난 탓이다.

 

우리들이 알고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치료에 관한 한 초일류다. 병상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각 분야별 임상의사들의 실력으로 봐도 분명 삼성병원은 최고의 병원이다.그러나 최고에도 헛점은 있다.병원이 치료를 잘한다고 해서 예방을 잘한다거나, 병원 감염 관리를 잘한다거나 방역을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삼성병원은 치료 과목에 대해서는 분명 합격점을 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예방·병원 감염 관리·방역 과목에서는 모두를 경악케 할 정도로 낙제점을 받았다.바로 이번 메르스 사태의 진앙지로 연일 언론의 뭇매를 맞고있는 삼성병원의 방역관리 실태가 만 천하에 드러났기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가장 큰 실수는 메르스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로부터 직원과 환자 및 방문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다 심각하고도 한심스러운 점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확진자중 절반 이상이 삼성서울병원이 작성한 관찰 및 보호대상자 명단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방역의 ABC 중 A단계에서부터 이미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관리 실태를 보면 더욱 기가차다.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던 의사 3명이 메르스에 감염됐으나 그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감염경로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어떤 의사는 14번 환자 접촉 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다른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사 3명에 대한 관리 실태 하나만 보아도 삼성서울병원이 얼마나 엉터리 짓을 했는지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에 대한 관리 역시 엉망이었음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환자가 발열 증상이 있었음에도 열흘 이상 일상생활을 하도록 한 것도 삼성서울병원의 실수이며 지탄받아 마땅하다.

 

3천명에 육박하는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에 대한 관리 실태 역시 그야말로 모르쇠 수준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비정규직 관리에 아예 손을 놓다시피 했다.서울시가 이들의 명단을 확보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6일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직원들의 73명이 발열과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였다.

 

결국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처음부터 전권을 준 것이 엄청난 오류이자 실수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정점에 다다르기를 갈망한다.자신이 누구보다 최고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자만심이다. 의사란 직업군이 대부분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다.

 

그러니 국내 빅3로 평가받는 삼성병원 의사들은 자신들이 의사 중 의사라는 자부심이 더욱더 강했을 것이다.그런 이들이기에 자신이 혹여 실수하거나 자신의 실력이 다른 사람보다 못 미칠 때도 결코 그 누구의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그 결과물이 지금 삼성에서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와 같이 전파력이 그리 세지 않은 감염병에 대해서 최고의 의사라고 자부하는 삼성의 의료진들이 대처하지 못한 이유 중 첫 번째는 바로 치료는 일류일지 모르겠지만 예방과 방역은 삼류였기때문이다.

 

이쯤에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건 정부다.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메르스 환자를 확진한 전공(戰功)이 삼성서울병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역과 역학 조사 전권을 삼성병원에 맡겼다.더구나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가였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의료계에서는 송재훈 원장(56)이 삼성서울병원의 최고 책임자이며 감염내과 전문가라는 사실 등을 토대로 메르스 사태를 확산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그는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조교수를 잠시 지낸 뒤 성균관대 의대와 삼성서울병원에서 병원 홍보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2012년 8대 삼성서울병원장에 올랐다.

 

올해 3월 연임한 송 원장은 현재 9대 병원장이다. 더욱이 2011~2013년에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감염학 분야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송 원장의 화려한 경력과 전문가로서의 능력, 대한민국 일류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고정 관념 등이 겹겹이 보태져 오늘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를 일으킨 거점 병원으로 낙인이 찍힌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과 걑은 바이러스 감염병과의 싸움은 의료계 입장에서는 바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병법에서 손자는 전쟁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삼성병원은 지피지기(知彼知己)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적(메르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이번의 적은 그들이  생각하는 질병 그 자체가 아니었다.

 

처음 본 적(바이러스)이란 점도 있지만 이번의 적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방역, 즉 병원 감염과 그 확산 저지가 우선순위였다.하지만 그들에게서 그런 능력(감염과 그 확산 저지)을 보기란 애당초 기대하지 말아야 했다.

 

이번 사태가 국가적으로는 비상시국인것은 분명하다.우리들이 믿었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환자들의 치료에는 1등일지라도 병원 감염 예방과 방역은 꼴등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삼성서울병원을 믿고 맡긴 정부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수 없게됐다.처음부터 초기대응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것 아니냐 하는 결과물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메르스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 책임기관의 문책은 피해갈수 없을 것이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중국을 휩쓸며 648명(홍콩 포함)의 사망자를 냈던 2003년. 당시 광둥(廣東)성에서 시작된 사스가 수도 베이징(北京)을 엄습해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도 한국은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던 우리나라다.

 

예방 모범국이라는 대한민국이 그리 대단한 전파력(감염력)을 지니지도 않은, 감염병계의 변방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는 메르스에 대해서 초기대응을 제대로 못해 국민의 불신을 드높이고 국가의 격을 모범국에서 감염병 관리 후진국으로 떨어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럽기 짝이없다.

 

가정이 어려움을 당하면 가장이 제일먼저 나서서 사태를 해결 하듯이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대통령이 가장먼저 나서서 비상시국을 발표하고 대 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켰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대응책을 강구하라는 대통령의 모습만 TV를 통해 간간히 볼수 있을뿐이다.이런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속엔 나라는 있고 대통령은 안보인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그리고 이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박근혜 정부에게서 더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냐고..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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