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직원들에게 수의계약 통해 요금소 운영권 몰아줘

[중앙뉴스=김종호기자]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관피아' 근절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작‘ 관피아’는 우리사회에서 버젓이 제 몫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가 국가계약법을 어겨가며 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 고속도로 톨게이트 운영권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총 계약규모는 2000억원대였다.

 

신기남 새정치민주엽합 의원실과 참여연대와 을지로위원회는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 퇴직자와의 수의계약을 금지하는 규칙이 시행되기 직전인 2~8월까지 예비 퇴직자 49명과 2029억원대의 고속도로 요금소 운영권에 대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41개 영업소 중 33곳은 작년 8월 22일 퇴직자와 수의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이 개정되기 직전인 8월 22일 계약됐다.

 

퇴직자와의 수의계약을 금지하는 규칙은 지난해 8월 26일 개정된 것으로, 개정되기 직전에 도로공사에서 예비 퇴직자에게 요금소 운영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들 계약 모두 현직 도로공사 직원이 개인 명의로 도로공사와 계약한 건으로 국가계약법상 사업자등록이 안 된 경우 입찰 참가자격이 없어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한국도로공사는 기존에 계약된 336개의 톨게이트 중 53곳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나 사유도 없이 최대 3년까지 계약을 연장해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연장 계약의 규모는 총 5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기남 의원은 “공기업이 수의계약을 통해 전 현직 직원에게 특혜를 주는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혈세낭비 행위를 차단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톨게이트 영업소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운영수익은 1인당 연간 2억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전국 336개 영업소에 대한 검경수사와 감사원 감사, 세무조사가 즉각 진행돼야 하고 부당수익과 탈루 세액도 환수조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 의원은 도로공사측이 계약자 명의를 지운 자료를 제출하는 등 특혜 정황을 은폐하려는 정황도 있었다고 밝혔다.

 

신 의원과 함께 자료를 검토한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상태에서 예비 퇴직자와의 계약은 명백한 불법으로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며, 문제가 된 계약 41건의 취소를 요구함과 동시에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 등 관련 직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로공사의 요금소 운영권에 대한 직원 특혜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때부터 계속 제기됐던 문제로, 올해부터는 모두 경쟁 입찰로 변경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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