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시비 논란..피하지 말고 직접 해명만이 최선이다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경숙 씨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문단 전체가 시끄럽다.

 

신 작가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의 한 부분이 일본의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우국(憂國)'을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파장은 줄곧 커지는 모양새다.

 

신 작가는 최단 기간 200만 부 돌파하며 34개 나라에 번역돼 출판된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소설가 이응노가 한 온라인 매체에 문제가 된 문장을 올리면서 신 작가에 대한 표절 논란이 시작됐다.

 

신씨는 '전설' 출간사인 창비를 통해 "'우국'을 알지 못한다"며 표절 주장을 부인하고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설'의 표절 논란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한차례 일다가 사그라진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신씨 자신이 웬만한 독자라면 알 수 있는 유명 작가가 된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퍼지고 있어 그때처럼 유야무야 덮고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국'은 1936년 천황 직접 통치를 요구한 2·26 쿠데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전설'은 한국전쟁을 다뤄 시대적 배경이나 주제가 다르다. 그러나 신혼의 주인공 부부를 묘사한 부분은 표절 의혹을 '작품 자체를 모른다'는 말로 일축하기에는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우국)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중략)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전설) 일반 독자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표절 의혹 구절이 연속으로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창비 측은 "일상적 소재인데다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 묘사도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응준 작가는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에 대해 죄스럽다, 독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다시 글을 올렸다.

 

신 작가의 표절 의혹은 다른 작품들로까지 번졌다. '전설' 이외에도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등 신씨의 다른 작품들도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신씨가 여러 작품을 필사하면서 문장공부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무의식적으로 표절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있었으나

신씨 측의 명쾌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논문의 경우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면 표절이라 하지만 문학 작품에 관한 명확한 표절 규정은 없다.하지만 순수문학 작가에게 표절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타격이 될 수 있기에 언제든 불거질 의혹이나 시비가 있다면 털고 가는 것이 순리다.

 

그러려면 출간사를 통해 설득력 없는 해명을 내놓기보다는 직접 독자 앞에 나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경숙의 표절 의혹 작품을 정리한 자료가 퍼지고 있다.읽는 이의 판단이 중요하다면, 네티즌들의 반응은 '실망이다'가 우세하다고 한다.마지막 판단은 신 작가의 몫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