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제약’보다 부업 ‘음료’에 매진

[중앙뉴스=김종호기자] 최근 제약업계의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광동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광동제약의 1분기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2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당기순이익은 8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초 이완구 전 총리의 뇌물 논란에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유명세를 타면서 매출증가와, 주가상승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부업인 식음료 사업의 매출이 증대할수록 ‘제약회사’인 광동제약의 정체성에 의문이 업계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다.일반소비자들에게 알려진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비타500, 뷰핏 등이 모두 광동제약에서 만든 음료 제품들이다.

 

 

광동제약은 본연업종인 ‘제약’보다 비타민음료, 생수, 스파클링워터등의 ‘음료’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현재의 제약업계의 환경이 예전만 못하고, ‘신성장동력’이란 접근법에서 음료시장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면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썩 곱지만은 못하다. 광동‘제약’이라는 제약회사로서의 정체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속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생수사업조차 불안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 ‘무늬만’제약회사?.. 전체 매출 60% ‘음료’가 차지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올해 1분기 식음료 비중은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다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30%에 육박한다. 여기에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등의 제품까지 포함하면 전체 매출에서 식품은 6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의약품 비중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의약품인 항암치료제 '코포랑'과 '독시플루리딘'의 지난해 매출은 똑같이 19억원가량으로 전체 매출의 10%도 채 안된다. 우황청심원 매출도 2013년 302억원에서 지난해는 298억원으로 4억원 감소했다.

 

광동제약은 '부업'인 식음료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제약 부분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 10대 제약사 중 최하위에 그쳤다. 식음료 쪽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업 다각화 일환이기는 하지만 '본업'인 제약을 지나치게 소홀히 해 ‘정체성논란’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재인증 가능한가

 


광동제약이 이달 중 실시되는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 심사를 통과할지 제약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6월 말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만료되는 41개 제약사가 지난달 제출한 관련 자료를 평가해 이달 말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신약개발 R&D 투자와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된 제약사로, 인증 기간은 3년이다. 41개 제약사는 2012년 6월 인증을 받았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되면 국가 R&D사업 우선 참여, 세제 지원 및 연구시설 부담금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또 약가 우대, 공공펀드 투자나 정책자금 융자 혜택도 받는다.

 

이에 따라 광동제약 등 연구개발(R&D) 실적과 수출 실적이 저조한 제약사들은 재인증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동제약은 제약 매출 비중이 낮고 연구개발(R&D)비용 비중은 기준 미달인 데다 의약품의 수출도 업계 최저일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 중 R&D 부문을 보면 의약품 매출액이 1000억 원 이상인 제약사의 경우 매출액의 5%를, 1000억 원 미만인 제약사는 7% 이상을 R&D에 투자해야 한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59억원으로 10대 제약사 중 가장 낮았다. 이는 매출액 대비 1.1% 수준으로 2013년과 2012년에 비해 각각 0.1% 포인트, 0.5% 포인트 낮아졌다.

 

한편, 전체 제조업중 '제약산업은 연구개발(R&D)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서 일반제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출액의 3~4%인 반면 제약산업은 10% 이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연구 집약적 기업들은 15~20%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효자노릇 ‘삼다수’ 마저도.. 타 업체에 비해 유통망 적어 

 

수년전부터 제약업계에선 광동제약의 식음료시장 확대에 대해 다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새로운 수익사업을 구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본업보다 부업 비중이 너무 높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 데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실제 광동제약 매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삼다수’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유통업체가 자체생산하는 PB제품을 포함할 경우 삼다수의 생수시장 점유율은 3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수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광동제약으로선 불리하다. 현재 남양, 동아쏘시오, 롯데칠성 등 생수시장에 뛰어들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제약회사인 광동제약으로선 타 유통업체들보다 유통망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광동제약의 공익재단 운영도 본래의 성질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는 구설에 올랐다.

 

광동제약은 2013년 타계한 창업주 故 최수부 회장의 보유지분 상당수를 증여한 가산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가산문화재단은 학술지원·장학사업 등을 하는 공익단체다. 증여를 통해 가산문화재단의 자산규모는 44억8000만원에서 223억4000만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사회공헌비(사회목적비) 지출액은 하락하고 있다. 2013년 8600여만 원, 2014년 1억3000여만 원을 장학금 등 사업비로 지출했다. 자산규모와 사업목적비를 비중으로 따지면 0.5%에 그치는 수준이다.

 

한편 본지는 위의 내용과 관련, 광동제약의 입장을 전해 듣고자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광동제약측은 “담당자는 외근 중이니 메모를 남겨놓겠다”라는 말만 남긴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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